울산을 빠져나가던 인구 흐름이 119개월 만에 드디어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반전이다. 2015년 이후 이어진 인구 유출은 2020~2021년 연간 1만3000명대라는 정점을 찍은 뒤 완만히 줄었고, 마침내 2025년 10월 182명 순유입을 기록했다. 장기간의 ‘탈울산 행렬’이 멈춘 것은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지역 인구 구조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더 주목되는 점은 이 흐름이 출생·혼인 증가와 맞물려 울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1~9월 울산의 출생아 수는 4170명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3분기 합계출산율은 0.92로 껑충 뛰었다. 이에 2023년 0.81까지 추락한 연간 합계출산율도 올해 0.90대에 안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간 이어진 저출산의 늪 속에서 울산에 새로운 활력이 서서히 싹트고 있다는 신호다.
출생아 증가의 배경에는 혼인 건수 회복이 자리한다. 울산의 올해 1~9월 혼인 건수는 3715건으로 전년 대비 8.2% 늘었다. 연령대로 30대 초반, 30대 후반, 20대 후반 순으로 혼인율이 크게 증가했다. 혼인·출산의 동반 반등은 인구 구조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핵심 요소다.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울산 역시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 자연 인구는 줄어드는 구조에 놓여 있다. 전국적으로는 24분기 연속 자연인구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자연 감소 폭이 다소 줄고 있다는 점, 울산에서 혼인과 출생의 반등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인구 회복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 흐름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느냐다. 인구는 도시의 성장성과 직결된다. 청년층이 정착할 만한 일자리,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주거·교육 환경, 보육 부담을 덜어주는 서비스 등 정주 여건 전반이 뒷받침돼야 인구 회복은 일시적 반짝현상이 아니라 흐름이 된다. 산업전환이 진행되는 울산의 특성을 고려하면, 제조업 기반 일자리의 질 개선과 도시 서비스 확충은 결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울산은 오랫동안 ‘떠나는 도시’라는 부담을 짊어져 왔다. 그러나 119개월 만의 순유입 전환은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금의 변화를 안정적 흐름으로 만들기 위해, 울산은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과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중장기 비전을 보다 정교하게 세워야 한다. 사람이 머무는 도시가 될 때 비로소 울산의 회복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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