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가 올해 전면 도입됐지만, 울산에서는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최성보) 유예와 학교 재정 부담 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가운데 교육부가 고교학점제를 경험한 교사·학생 모두 만족도가 대체적으로 높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하자, 교원단체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조사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2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고1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과목선택권을 보장하는 학생 중심 교육체제 전환을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교사에게 과도한 업무 부담이 가해지고, 학생들이 진로나 적성보다 성적 유불리를 중심으로 과목을 선택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고교학점제 안착을 지원하고자 설립된 온라인학교가 수능 도구로 전락된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천창수 울산시교육감도 지난 9월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성보를 3년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예방·보충지도 개념인 최성보는 현재 고교학점제 논란의 핵심이다. 최성보가 학점 이수 기준과 연계되면서 교사들은 미이수자를 줄이고자 수행평가 비중을 높이거나 난이도 낮은 시험을 운영하는 등 기존 취지와 다르게 적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고교학점제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를 두고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 1년을 앞둔 시점에도 지역·학교별로 개설과목 수 격차 등 숙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는데, 설문에서 지역별 만족도 결과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먼저 ‘우리 학교에는 내가 원하는 선택과목이 충분히 개설돼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58.3%에 그쳤다. 반면 ‘우리 학교에는 학생이 원하는 선택과목이 충분히 개설돼 있다’고 답한 교사는 79.1%로, 학생보다 20%p 이상 높았다.
또 교사 70%는 ‘나의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계획과 운영은 참여 학생에게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고, 79%는 ‘이 제도를 통해 학생들이 최종적으로 최소 성취수준에 도달했다’고 답했다.
교육부는 “이 조사는 고교학점제의 성과지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 학교별 편차를 아는 것은 조사 목적이 아닌 것으로 안다”며 “학교별 격차와 관련해서는 교육부 연구과제로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사노동조합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교육부가 이번 설문 결과를 근거로 ‘학교 현장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은 현장 교사들에게 상당한 이질감과 당혹감을 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설문조사가 전국 일반고의 약 10%인 160개교를 대상으로 이뤄져 대표성이 부족하고, 학생들에게도 학교명, 학년, 학번, 이름, 휴대전화 번호 기재를 요구해 솔직하고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데 일정한 심리적 제약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교원 3단체가 자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최성보가 책임교육과 학생의 성장에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느냐’는 물음에 90%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