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6일, ubc 울산방송이 제작하는 음악 프로그램 ‘뒤란’이 첫 방송됐다. 발라드 가수 한경일과 이후 ‘나는 가수다’로 유명해진 김연우가 초대가수 1호였고 녹화 장소는 울산문화예술회관 야외공연장, 그러니까 뒤란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된 문화회관의 ‘뒤뜰’이었다. 녹화 당일은 봄답지 않게 싸늘한 날씨였고 홍보가 덜 돼있던 탓에 객석은 듬성듬성했다. 그마저도 날이 어두워지고 바람이 강하게 불기 시작하면서 관객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급기야 김연우가 노래할 때쯤엔 비바람이 몰아치고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무관객 공연 수준으로 급히 막을 내려야만 했다. 첫 단추는 상당히 서툴고 민망하게 채워진 셈이다.
그렇게 시작된 뒤란이 올해 20주년을 맞는다. 방송 횟수만 900여회, 출연한 뮤지션은 어림잡아도 1000팀이 넘는다. 야외에서 하는 무료공연은 관객들로 꽉꽉 채워지고 사석방지를 위해 단돈 만원을 받는 실내공연장 공연은 치열한 예매전쟁이 벌어진다. 지역방송 자체 제작 음악프로그램이 20년 동안 명칭 변경이나 제작 중단 없이 꾸준히 지속된 경우는 뒤란이 유일하다. 처음 시작을 생각한다면 기적 같은 일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란 말이 진리임을 새삼 깨닫는다.
20년의 세월 동안 뒤란을 버티게 한 힘은 무엇일까? 그 첫째는 ‘꾸준함’이다. 뒤란은 1회용 특집물이 아니다. 매주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을 꼬박꼬박 만들어내야 하기에 어느 특정 회 차에만 힘을 줄 수 없고 매 회 차를 고르게 신경 써야 한다. 지구력과 끈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업이다. 한 번의 녹화가 끝났다고 긴장을 풀 수 없으며 다음을 대충대충 해서도 안 된다. 한결같은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는 음악프로그램만의 소중함과 가치를 아는 뮤지션들과의 ‘신뢰’다. 인기 뮤지션들이 출연료는 상관없이 녹화스케줄을 먼저 물어보고 그 시간을 선뜻 비워둔다. 풀 밴드와 코러스를 대동하고 손수 만든 영상과 무용수까지 데려와 알찬 무대를 꾸미려 노력한다. 자신들의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고 음악에 대한 진솔한 토크를 나눈다는 점에 감동해서 뒤란이 계속 번창하길 기원해 준다. 마지막은 ‘대중성’이다. 뒤란은 ‘대중성’을 지향한다. 아무리 훌륭한 방송과 음악이라도 그걸 즐길 수 있는 관객과 시청자가 필수다. 그래서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고 대중을 두루 만족시킬 수 있는 출연자를 최대한 집어넣는다. 거기에 실력 있는 언더 뮤지션이나 지역 팀, 신인가수들을 함께 섭외해 메인 가수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한다. 흥행은 기본이고, 그 위에 음악성을 듬뿍 담아서 좋아하는 가수를 보러 모인 사람들에게 몰랐던 음악도 맛보시라는 취지다. 뮤지션들이 뒤란을 통해 처음으로 많은 관객들 앞에서 연주하는 경험을 갖고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성장해 뒤란 패밀리에 합류하는 걸 보는 순간이 가장 뿌듯하다.
꾸준함과 신뢰, 대중성 이 세 가지가 뒤란이 20년간 지켜온 원칙이다. 그 원칙들은 아마 앞으로도 오랫동안 뒤란을 지켜줄 원동력으로 남을 것이다.
이진욱 ubc 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