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달라진 가족, 이제 가족의 건강을 말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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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달라진 가족, 이제 가족의 건강을 말할 때
  • 경상일보
  • 승인 2026.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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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장열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 원장

2024년 울산지역 1인가구의 비율은 전체 가구의 30%를 넘어섰다. 반면,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가구의 비율은 2010년 44.8%에서 2024년 30.4%로 크게 줄었다. 이는 가족의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넘어, 가족을 둘러싼 삶의 조건 전반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정책이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어떤 가족인가’가 아니라, ‘그 가족은 얼마나 건강한가’라는 질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주목해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은 2025년 울산시 가족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울산의 평균 가구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이 1·2인 가구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인가구는 특정 연령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대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특정 세대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에서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방식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족구조의 변화는 곧 삶의 조건 변화로 이어진다. 혼자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일상생활과 돌봄의 부담은 개인에게 집중되고, 일과 생활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관계를 맺고 유지할 여력은 줄어들기 쉽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누군가와 삶을 함께 계획하는 선택 역시 한층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가치관 이전에, 삶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여건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가족을 연구해온 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가족의 건강성이 이러한 선택의 중요한 토대가 된다고 말해왔다. 가족회복탄력성 연구로 잘 알려진 프롬 왈시는 건강한 가족을 ‘문제가 없는 가족’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의미를 찾고, 역할을 조정하며, 관계를 회복해 나갈 수 있는 가족’으로 설명한다.

울산시 가족실태조사에서도 일·생활균형의 어려움, 돌봄 부담, 경제적 불안과 노후에 대한 걱정이 여전히 많은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특히 돌봄 공백에 대한 불안과 사회적 고립에 대한 우려는 1인가구뿐 아니라, 모든 가구 유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과제들은 개인이나 개별 가정의 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일상에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확보하고, 도움이 필요할 때 적절한 돌봄이 지원되며, 가족의 삶이 존중받을 수 있는 정책 환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가족의 건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개별 사업을 늘리는 접근을 넘어, 시민의 일상과 정책이 만나는 지점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울산시는 가족이 겪는 어려움이 특정 위기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돌봄·노동·주거·관계의 영역이 맞물린 일상의 문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일터와 가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돌봄이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지원이 연결되며, 혼자서도 관계 속에 머무를 수 있는 지역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가족정책은 삶의 안정과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며, 다음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여건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족의 건강이 회복될 때, 결혼과 출산 역시 부담이 아닌 선택 가능한 삶의 경로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부터 시행될 제5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은 이러한 전환을 구체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울산형 건강가족 정책은 가족의 형태를 기준으로 한 선별적 지원을 넘어, 삶의 단계와 관계의 필요에 맞춘 예방적 지원체계를 지향해야 한다.

일·생활균형이 가능한 노동환경 조성, 지역 중심의 돌봄 강화, 세대와 가구 유형을 넘어 관계를 맺고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 확충이 그 핵심이다. 가족의 모습이 달라진 지금, 울산시는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넘어 가족의 건강을 회복하고 시민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도시로 나아가야 할 때다.

신장열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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