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을 가로지르는 울산교 위에 세계 각국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울산 세계음식문화관’이 문을 연다. 3월부터 6개국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서고, 강변 풍경을 곁들인 식탁이 펼쳐질 예정이다. 태화강이라는 도시의 중심 공간 위에 다문화 일상을 얹겠다는 구상이다. 외국인 주민이 늘고 있는 울산의 변화가 이 공간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놓인 기반이다. 울산교는 1935년 준공된 노후 교량이다. 보행자 전용으로 사용돼 왔지만, 상설 음식점 운영은 교량의 역할을 완전히 달리 만든다. 잠시 건너는 통행과 오래 머무는 체류는 구조물이 감당해야 할 하중과 위험의 성격부터 다르다. 음식점과 카페가 들어서면 특정 시간대에 인원과 적재물이 한꺼번에 몰릴 가능성도 커진다.
울산시는 설계 단계에서 구조 검토와 계측을 병행했고, 2024년 실시한 정밀안전점검 결과는 C등급이라고 밝혔다. 그 설명만으로 시민의 불안을 덜기에는 부족하다. 동시 체류 인원은 얼마로 제한되는지, 하중 관리 기준은 어디까지인지, 강풍이나 집중호우 시 어떤 조건에서 통제가 이뤄지는지 구체적인 운영 규칙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 안전은 말이 아니라 숫자와 기준으로 확인된다.
군중 관리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음식점은 회전율이 낮고, 야간 조명이나 행사와 결합하면 피크 시간이 생긴다. 폭이 제한된 교량에서 통행과 체류가 뒤섞이면 병목은 곧 위험으로 이어진다. 예약과 시간대 분산, 동선 분리, 비상 대피와 구급 대응이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안내판 몇 개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환경 관리도 같은 무게로 다뤄야 한다. 최근 개장한 태화루 스카이워크가 일회용 덧신 쓰레기로 몸살을 앓은 장면은 낯설지 않다. 시설 보호를 위해 선택한 일회용 덧신이 누적 방문객 앞에서는 도시의 부담이 됐다. 세계음식문화관 역시 일회용 용기와 포장재가 쌓이면 태화강의 풍경은 빠르게 흐려질 수 있다. 다회용 식기와 컵을 기본으로 하고, 보증금 회수 방식과 분리배출을 입점 조건으로 못 박아야 한다. 캠페인이 아니라 운영의 기본값이어야 한다.
울산교 위 세계음식문화관은 도시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하지만 노후 교량 위 상설 운영이라는 조건은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시민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어야 머무를 수 있고, 먹고 난 뒤 남는 것이 쓰레기가 아니라 추억이어야 이 공간은 오래 간다. 태화강 위의 식탁은 그렇게 완성돼야 한다.
저작권자 © 울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