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두쫀쿠 열풍, 달콤한 유행 뒤에 남은 씁쓸함
상태바
[기자수첩]두쫀쿠 열풍, 달콤한 유행 뒤에 남은 씁쓸함
  • 신동섭 기자
  • 승인 2026.01.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동섭 사회문화부 기자
최근 아침마다 ‘두쫀쿠’로 이름난 제과점, 카페 앞에는 긴 줄이 형성된다. 두바이 초콜릿에 이어 두쫀쿠가 새로운 핫템으로 떠오르면서, 소비와 문화 전반을 관통하는 만능열쇠처럼 활용되고 있다.

베이커리와 카페는 물론이고, 고깃집과 중식당, 파스타집까지 두쫀쿠를 미끼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헌혈 보릿고개를 겪고 있는 혈액원에서는 두쫀쿠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심지어 고추장, 와사비를 넣거나 두쫀쿠를 피자로 만든 이색 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이유는 단순하다. 어떤 이유로든 손님들이 가게를 찾게 되면, 단골로 이어질 가능성이 생긴다는 기대 때문이다.

매출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두쫀쿠는 손님을 부르는 확실한 미끼 상품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열풍의 이면은 씁쓸하다. 두쫀쿠 유행이 시작되자 전문성이나 준비와 상관없이 ‘일단 만들어 팔고 보자’는 움직임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마치 유행을 놓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불안이 시장 전체를 지배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과거 두바이 초콜릿, 탕후루, 크로플이 유행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아이템이 뜬다고 하면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몰려가 똑같은 상품을 팔며, 결국 블루오션이 레드오션으로 변하는 모습 말이다.

그 과정에서 부작용도 반복됐다. 원재료인 카다이프 가격이 급등하자 소면으로 대체한 제품이 등장했고, 중고거래 앱을 통한 사기 사례도 잇따랐다.

현장을 취재하며 느낀 점은 분명했다. 소비가 살아나는 듯 보였지만, 사람들은 불황 속 ‘작은 사치’라도 부려서 그저 하루의 행복을 살 뿐이었다. 실제로는 돈이 시장 전반에 고르게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했다. 일부 유행 상품에만 과도하게 소비가 집중될 뿐, 골목 곳곳의 가게들은 여전히 불이 꺼진 상태다.

두쫀쿠 열풍은 결국 언젠가 식는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또 다른 이름의 유행이 등장해 같은 장면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단기 유행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자영업의 구조적 어려움도, 소비 위축의 근본 원인도 해결되지 않는다.

유행을 좇는 대신 각자의 경쟁력과 지속가능한 메뉴,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비자들 역시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조급함에서 한발 물러나 볼 필요가 있다.

유행이 지나간 자리에는 늘 같은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왜 매번 같은 방식의 소비 광풍을 되풀이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다음 유행의 이름만 바뀔 뿐 풍경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신동섭 사회문화부 기자 shingiza@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 며느리(고 김태호 의원 맏며느리)’ 이혜훈 초대 기획예산처장관 후보에
  • 언양터미널 임시시장 3월로 연기, 날씨·민원 탓…안내 없어 혼란만
  • 현대자동차 퇴직예정자 박태서씨, “30여년 삶의 터전…무궁한 발전 염원”
  • [알기 쉬운 생활 속 임대차 정보]묵시적 갱신후 법정요건 충족땐 차임증액청구 가능
  • 울산산재병원 의료진 확보 속도낸다
  • [오늘의 운세]2026년 1월13일 (음력 11월25일·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