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8장 / 땅을 빼앗은 자와 빼앗긴 자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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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군주의 배신 - 8장 / 땅을 빼앗은 자와 빼앗긴 자 (121)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6.01.27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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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왜란 당시 울산 무룡산과 기박산성, 서생포성 일대에서는 왜군과 의병 등의 전투가 벌어졌다. 장편소설 <군주의 배신>의 배경이 되고 있는 서생포성 전경. 울산시 제공

나 오늘 너무 놀랐다. 솔직히 지금까지는 내가 글을 좀 안다고 우쭐했던 것도 있었는데, 오늘 너희들과 대화하면서 세상에는 글공부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맙다 동무야.”

“그래도 나나 부지깽이는 나리에게 고마운 게 많아요. 우리는 그동안 나리를 많이 의지했고, 이 험한 세상에 나리가 있어서 든든했었어요. 봉사 나리, 우리는 나리의 동무라는 게 늘 자랑스러워요. 나리가 가르쳐 준 검술로 최소한 내 몸뚱이 하나는 지킬 수 있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그렇지만 언제까지 나리가 동무일 수만은 없을 거라는 거 압니다. 그걸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할 뿐이지. 앞으로 우리들 사이가 어떻게 변하든 우리가 정말 피를 나눈 형제 같은 동무였었다는 거 잊지는 말아줘요.”

오늘 천동은 동무들을 위로해 주려고 왔다가 그 자신이 위로 받고 가는 형국이 되었다. 비록 배움이 부족한 동무들이지만 생각이 깊고 나이답지 않게 세상살이에 대한 이치도 많이 깨달은 거 같아서 기뻤다. 특히 염해국의 왕가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은연중에 비친 부지깽이(강목)는 비록 조선에서 천민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지만 생각만큼은 오히려 설익은 양반들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런 동무들이라면 이 험한 세상을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자가 말하기를, 무엇을 안다는 것은 자신의 판단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고 했다. ‘내가 무엇을 안다고 하는 것은 내가 사물을 보는 눈이나 지식, 방식과 경험에 의해서 안다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각자 개성과 취향에 따라 살고 싶은 곳이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도 다른데 어느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잘 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지당마을의 김 초시는 요즈음 문밖출입을 삼가고 있었다. 지당은 물론 인근의 모든 마을에서 박 씨 부인에게 한 김 초시의 악행에 대하여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자신이 부인이었던 국화에게 한 행동에 입방아를 찧고 있어서 차마 동리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노비인 꺽쇠를 다그쳐서 물고를 내고 싶었지만, 그나마 그놈이 없으면 당장 자신이 불편하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명색이 반가의 부인이었던 사람을 그렇게 야산에 갖다 버려서 들짐승의 밥이 되게 한 것은 도저히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김 초시는 부인이었던 그녀를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어서 그리하였노라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고 있었다. 제대로 반성하는 사람이라면 지금이라도 그녀의 무덤에 가서 용서를 빌어야 마땅한 일이나 그럴 마음은 없었다.

그가 궁금해 하는 것은 ‘그녀의 무덤을 만들어 준 미친놈이 누구일까’ 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천동이 그놈밖에 없을 것 같았다. 이미 혼례를 치르고 가정을 가진 놈이 어쩌자고 남의 부인이 되었다가 죽은 여자의 무덤을 그렇게 큰돈을 들여서 화려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그의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생각 안에서 움직이는 자라야 요리하기가 쉬운데 이래저래 그놈은 쉽지 않은 상대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글 : 지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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