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자·친구로 함께 살아가는
정의로운 성평등 세상 꿈 꿔

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는 ‘I Have a Dream’ 이라는 연설로 미국 내 흑인들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직시하게 만들었다. 또한 흑인들에게 용기와 힘을 전하며 보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그들이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했다. 이 유명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문은 2020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남성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길거리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시위를 하고 있다. 각계각층 인종, 성별, 성정체성과 관계없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시민들과 유명인들도 동참하여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조지 플로이드에게 정의를(Justice for George Floyd)’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경찰 당국은 거센 항의가 계속되자 체포 현장의 경찰관 4명을 해고하는 조치를 내렸으나 시위는 점차 격해지면서 사망자까지 발생하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핵심 권력에서 지속적으로 배제되는 경험을 겪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계속되고 있다. 나는 미국에서 일어난 흑인에 대한 차별적 가혹행위에 대한 뉴스 보도를 보고나서 그렇다면 여성의 현실은 현재 어떠한가? 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2019년도 울산여성가족개발원에서 연구한 ‘성차별 경험에 관한 연구’ 조사 결과에 의하면, 아직도 모든 영역에서 여성들은 성차별을 경험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그동안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양성평등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의 벽은 높기만 하다. 우리가 진정으로 모든 영역에서 발생하는 성차별을 철폐하고,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깊이 성찰하고 함께 성차별 철폐를 위한 실천을 해야만 할 것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We cannot walk alone”이라 외쳤듯이 우리가 함께 할 때, 불가능해 보였던 꿈들이 하나씩 하나씩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성 평등은 여성만의 꿈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꿈이 되어야 한다.
1963년 8월28일,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미국 워싱턴 D.C. 링컨 기념관 앞에서 ‘I have a dream’이라는 연설을 하였다. 연설내용 중 오늘날의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예견한 내용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흑인에게 시민으로서의 권리가 보장되고 정의가 실현되는 날이 오지 않는다면, 폭동의 소용돌이가 끊임없이 미국의 기반을 뒤흔들 것이다”라고 하였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버전으로 나에게도 꿈이 있다고 외쳐본다!
“나는 모든 사람이 성 평등의 가치를 신조로 살아가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성 평등의 물결이 넘치는 세상이 오리라는 꿈이 있습니다. 여성들이 일하는 현장에서는 유리천장이나 유리벽, 경력단절이라는 단어가 여성을 떠올리는 이야기가 아닌 세상이 올 것이라는 꿈이 있습니다. 지금은 여성 혐오와 차별이 안타깝게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모두 함께 손을 잡고 성차별의 벽을 넘어 성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리라는 꿈이 있습니다. 성 평등한 세상이 오려면 나의 꿈은 현실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성평등의 노래를 함께 부릅시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가 온 세상에 울려 퍼질 때 성 평등의 그날은 빨리 올 것입니다. 그날이 오면 우리는 손에 손을 잡고, ‘우리는 이루었다! 우리는 이루었다! 마침내 우리가 원하는 성 평등의 세상이 왔다!’라고 외칩시다. 나는 성 평등에 대한 꿈이 있습니다. 나는 차별과 폭력을 넘어 성 평등한 세상이 오리라는 꿈이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의 대립적 관계가 종식되고 평등한 파트너, 협력적 동반자, 대등한 친구로서 여성과 남성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정의(justice)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모든 사람이 함께 지켜보는 것을 꿈꿔봅니다.”
이미영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