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덕이 마주한 곳 가운데는 하천이다
물줄기 약하지만 폭포수는 세차다
제방을 품은 새이골 도시길숲 곧 든다
언덕에 모인 새들 땅속을 파헤친다
풀들이 무성한 곳 먹이의 보고이다
사람들 가기 힘든데 동물에겐 최적지
실물을 보존해 사람을 부르는 곳
제방의 항온항습 생명처럼 보살피니
약사동 제방유적지 살아있는 전시관
근린공원 2호인 이곳의 면적은 방대하다. 부지가 넓으니 관리가 힘들지만 새로운 것을 조성하기에는 좋은 조건이다. 내가 찾아간 날 ‘도시바람길숲’ 조성사업이 한창이었다. 도로와 가까운 인근 약사샘을 거쳐 아래 데크를 이용하면 공사 현장으로 바로 갈 수 있다.
인부들이 나무를 옮기고 하는 모습에서 곧 짜임새 있는 공원이 조성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공원이 무엇보다 특별한 점은 귀중한 약사동제방유적전시관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 도시바람길숲이 완공되면 쾌적한 바람을 맞이하고 도시민들의 생활환경 개선은 물론 탄소흡수원을 확보해 아름다운 경관을 즐기게 될 것이다.
언덕에 나무는 몇 그루 없고 풀들만 무성하다. 한 언덕에 비둘기들이 모여서 뭔가를 쪼고 있다. 음식물을 버려놓은 곳인지 벌레들이 많은 곳인지 확인은 안됐지만 먹잇감이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골에 접어드니 시원한 골바람이 살짝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이 공원의 으뜸은 뭐니 뭐니 해도 제방유적전시관이다. 이것은 학술적 역사적인 가치가 높아 국가 사적 제528호 2014년에 지정되었다. 문화재적 가치가 탁월해 국내외 학계에서 전시관 건립이 추진되었던 것이다.
약사동제방유적전시관은 2017년 개관한 박물관이다. 이것은 중구 약사천의 옆 구릉을 연결해 하천을 가로막아 쌓았던 둑으로 삼국시대 말에서 통일신라시대에 축조된 것이다. 제방 안에 전시관까지 만들어져 있으니 아주 신기하고 귀하게 생각된다. 제방전시실은 실제 제방 단면의 전시물을 전시관 한쪽 벽면에 네 개의 단으로 배치해 축조 당시의 제방 규모를 직접 볼 수 있다. 모형이 아니라 실제 제방의 모습을 그대로 전시했으니 눈여겨볼 만하다. 약사동 제방은 좌우를 계단 모양으로 깎아 바닥을 만든 후 모래흙 조개껍데기 등을 깔고 그 위에 흙을 겹겹이 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약사동 제방의 높이는 아파트 4층 정도이다. 제방유적지를 보존하려면 습도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항상 50~60%를 유지해야 하고 습기가 많은 날은 선풍기 에어컨 같은 것을 가동해 습기를 증발시켜 주는 일도 해야 한다. 제방유적지에는 습도계가 양쪽에 놓여 있다. 습기를 머금으면 허물어질 수 있으니 그것을 막기 위해 표면을 단단히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니 비가 많이 오는 날은 더욱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었다. 관리자들의 많은 노고를 기억하며 밖으로 나왔다. 인부들이 도시바람길숲 조성을 위해 나무를 식재하고 흙은 다진다. 이미 작은 묘목들이 심겨 있고 미루나무 몇 그루도 날씬한 자태로 하늘을 향하고 있다. 넓은 하천의 물줄기는 약하지만 물 흐르는 소리는 힘차게 들렸다. 자세히 보니 작은 폭포수에서 나는 소리였다. 약사샘에서 데크가 아래로 길게 놓인 까닭은 경사진 언덕 지형 때문이었다. 흙을 일일이 북돋을 수도 없는 점을 감안해 데크 로드가 지그재그로 멋스럽게 놓여 편안히 걸을 수 있다.

여기는 황방산과 입화산의 맑고 신선한 공기가 중구 도심으로 걸림돌 없어 내려올 수 있는 형국이니 아주 좋은 조건으로 보인다. 이미 조성된 공원과 연계한 도심 정원을 만들면 더욱 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이 공원의 곳곳을 둘러보는 것은 사실 조금 자제했다. 약사동 제방유적을 알게 된 것만 해도 마음이 꽉 채워진 탓이다.
글·사진=박서정 수필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