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여름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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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여름이 준 선물
  • 경상일보
  • 승인 2020.07.1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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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수현 중남초등학교 교사

‘매앰, 매앰 매미가~ 매앰, 매앰 노래 부른다. 초록 잎을 흔들며 치르치르 치르치르 맴~맴~’ 노래하는 아이들 소리에 선생님도 절로 흥이 난다. 매미 울음소리를 듣고 비슷한 소리를 직접 표현해 보기도 하고, 다양한 재료를 넣어 만든 마라카스를 연주하며 노래 부르기에 꽤 열심히 집중한다.

‘여름’을 주제로 한 통합수업은 아이들이 좋아하고 기다리는 시간 중 하나다. 통합교과는 저학년 발달 특성을 기초하여,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활동으로 구성된다. 하나의 주제에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통합한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아이들의 사고를 그물망처럼 확대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중요한 활동 중 하나가 살펴보기 즉, 관찰이다.

‘여름 동산 친구’ 관찰 활동을 위해 학교 화단 오솔길을 따라 걷기를 시작한다. 미세한 부분을 확대하여 관찰할 수 있는 루페로 울퉁불퉁한 나무의 수피도 관찰하고, 손으로 만져보면서 느낌도 느껴본다. 화단 곳곳에서 거미, 개미, 공벌레도 찾아서 살펴본다. 루페로 확대된 여름 동산 친구들의 생활과 모습 관찰에 아이들의 반응이 뜨겁다.

관찰과 살펴보기의 몰입은 수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사람과 특별한 주제에 관한 관찰에 몰입하는 아이들이 유모토 가즈미의 ‘여름이 준 선물’에도 등장한다. 계획된 관찰로 시작된 관심이 서로를 향한 따뜻함으로 이어져 가슴 훈훈한 감동을 주는 이야기이다.

순수하지만 각자 나름의 아픔을 지닌 세 소년이 세상과 벽을 쌓고 살아가는 할아버지를 대상으로 죽음을 관찰하는 비밀스러운 계획을 모의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죽음을 관찰하려는 세 소년의 엉뚱한 발상과 모험으로 성사된 만남은 여름 내내 이어지고, 관찰 속에서 소년들은 할아버지의 삶에 녹아들고, 할아버지도 소년들의 성장에 연결된다. 서로가 관찰하고 살펴보는 과정에서 비워지고 생채기가 난 네 사람의 마음은 채워지고 조금씩 치유된다.

가을이 되어 함께 씨를 뿌리고 가꾸던 정원에 코스모스가 피어날 무렵, 할아버지는 조용히 세상을 떠난다. 네 사람은 나이의 경계선을 넘어, 서로를 향해 살펴보고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 아픔을 보듬어 주는 선물 같은 여름 한 계절을 보낸 후 이별을 맞이한 것이다.

관찰과 살펴보기는 교육과정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우리 삶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 관찰과 살펴봄이 무엇을 향한 것인가에 따라 이행된 결과는 같지 않을 것이다.

발 딛고 있는 지금의 여름이 우리 아이들 삶에 영양분이 되기 위해 나는 교사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에게 집중하는 관찰과 남에게 향하는 따뜻한 살펴보기의 방법을 아이들과 함께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

무한정의 자연물을 펼쳐주는 여름, 매앰~ 매앰~~에 딱 꽂힌 아이들과 함께 ‘여름이 주는 선물’을 한껏 관찰하며, 서로를 살펴보는 방법을 배우며 따뜻함을 키우는 시간으로 7월을 채워나가야겠다.

임수현 중남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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