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사람들과 주로 눈을 보며 대화를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면서 서로 보이는 것이 눈밖에 없으니 자연스럽게 상대의 눈을 더 집중해서 보게 된 것 같다. 예전에도 이렇게 서로의 눈을 집중해서 바라보며 대화를 나눴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눈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곳 중 하나이지만, 단순히 사물을 보기 위한 감각기관만은 아니다. ‘눈은 마음의 창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눈은 그 사람의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창과 같다. 나의 경험으로 봐도 행동이나 말투로 자신의 모습을 꾸밀 수는 있지만, 연기자가 아닌 이상 아무리 꾸미고 숨기려 해도 상대의 눈빛에서 다 드러났다. 뱉어진 말이 상대방이 오해하거나 귀담아듣지 않아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경험은 누구나 할 것이다. 특히 요즘 상황에서는 너무나 빈번한 일이 되고 있다.
그러나, 눈으로 전하는 진심은 말없이도 상대의 가슴에 전해진다. 심신이 건강하고 솔직한 사람이 눈이 탁했던 적은 없었다. 대화를 할 때도 언제나 시선을 맞추어 주는 사람은 자신감이 있으며 진실했다.
‘선구안(選球眼)’이란 말도 있다. 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공 가운데 볼과 스트라이크를 가려내는 타자의 능력이란 뜻인데, 비유적인 의미로 본인에게 좋은 일을 선별해 내거나 사리분별 하는 안목을 뜻하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눈은 단순히 보여지는 능력 외에도 사람의 진실된 마음을 드러내는 창인 동시에 좋고 나쁨을 가려내는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라는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눈을 더 많이 보게 된 세상이 된 것은 여러모로 긍정적이다. 시각적으로 바라보는 눈으로 사람과 세상에도 더 집중하게 되고, 마음으로 나누고 보는 눈에도 더 집중하게 되니 말이다.
코로나의 지역사회 확산방지를 위해 시작된 거리두기와 얼굴의 절반을 가린 마스크 쓰기가 상징하는 바로 인해 사회적 단절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마음의 거리 좁히기’라는 메시지들이 SNS를 통해 전파되고 있는 것은 이런 우려들의 반증일 터다. 이럴 때 나의 눈을 바로 보고, 사회적 거리 너머 상대방의 눈에 집중한다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는 큰 위로와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보광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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