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사라진 성평등, 고개든 성추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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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사라진 성평등, 고개든 성추행 논란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0.07.15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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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변화에도 성평등 고민 다수가 여성

수십년 전 성인지 수준은 현실과는 달라

실질적인 대처 방안 사회교육 강화 필요
▲ 홍영진 문화부장
해마다 7월이 돌아오면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행사가 있다. 7월 첫 주 ‘양성평등주간’ 행사다.

양성평등주간은 2014년 전면 개정된 양성평등기본법이 2015년 7월1일부터 시행되면서 양성평등주간이 된 것이다. 기념 주간은 여성주간이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매년 7월1일부터 7월7일까지 일주일 동안 이어진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일·가정 양립 실천을 통해 실질적인 남녀평등의 이념을 구현하자는 취지다. 그렇게 제정 된 양성평등주간에 맞춰 공연, 전시, 심포지엄, 기획보도 등의 형태로 각종 기념행사가 이어졌다.

여하튼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이 2014년 5월28일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면서 기존의 여성주간이 양성평등주간으로 명칭을 바꾼 것이다. 그렇게 한 번 바뀐 명칭을 최근에는 ‘성평등주간’으로 다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중이다.

그런데 올해는 양성평등 기념행사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아시다시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때문이다. 모든 집회 행사가 취소되거나 미뤄진 상황이라 일찍부터 하반기로 모든 사업 일정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관련 공모사업을 진행했던 울산시는 7월 말까지 심사를 완료한 뒤 예년보다 2개월 여 늦은 9월에 모든 행사를 펼치겠다고 했다.

사라진 양성평등주간 대신 빈 자리를 채운 건 아이러니하게도 조직 내부 위계에 기반한 성추행 논란이었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실종과 사망으로 시작된 언론 보도는 그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서울시 직원의 성추행 고소 건으로 이어졌다. 박 시장의 장례가 끝난 지금 현재도 그와 관련된 역대급 논란은 여전히 일파만파 확장되고 있다. 피해자의 입장을 공개한 여성단체 기자회견부터 서울시의 공식 입장문 발표, 박 시장 주변인에 대한 경찰 참고인 조사는 물론이고 이에 대해 수위조절을 포기한 듯 보이는 언어공방이 SNS를 뒤덮었다.

그런데 불편한 대화는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남녀 모두가 모여있는 공식석상에서 한 남성은 고인이 된 박 시장을 빚대어 “사람이 높은자리에 있다 보니 외로웠나 보다…” “모름지기 여자는 ‘자부동’에 딱 앉아 대기하고 있어야…”라는 농담조 발언을 내놓았다. 또다른 자리에서는 이번 사건의 고소인을 지칭하는 듯한 늬앙스를 풍기면서 “변심을 하려면 조용히 할 것이지…”라는 2차 가해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 우리를 가장 놀래키고 한편으론 아프게 한 사안 임을 고려한다면 우스갯소리로 내뱉는 한마디 일 지라도 그 자리에 합석한 어느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한번쯤 돌아볼 수 있었을텐데 참으로 안타깝다.

이런 상황과 맞닥뜨릴 때마다 일관되게 떠오르는 게 있다. 그 동안 양성평등주간을 취재하고 결산할 때마다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았던 부분과 겹친다.

문제는 성평등과 성폭력을 고민하는 쪽은 아직도 절대 다수가 여성과 여성단체에 국한 돼 있다는 점이다. 15일 울산에서 열린 ‘성평등 정책 긴급진단 간담회’ 역시 참석자 전원이 여성으로만 채워졌다는 것도 우리 사회의 이같은 단면을 잘 보여준다. 실버세대 성인식 개선, 직장내 모든 폭력 방지, 실질적인 대처방안과 같은 사회교육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돼야 할 것이다.

시대는 달라졌고 사회의 주역은 하루 해가 다르게 바뀌어 간다. 수십년 전 성인지 수준으로 이 시대를 바라보는 건 스스로를 어둡고 칙칙한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과 같다. 세대 간 공감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동 시대를 함께 고민하고 싶지 않다. 홍영진 문화부장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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