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의 원도심 중구 성남동에 ‘별별마당’이 생겼다. 시민을 위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식재를 부탁받고 현장에 갔다. 화단은 아담했다. 옛 건물의 흔적을 그대로 살린 건물과 장소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부산 수영구 F1963이라는 복합문화공간에서 느꼈던 감흥이 떠올랐다. 겨울에 들른 중정은 갈색 짙은 그래스와 시든 풀들이 옛 공장건물과 절묘하게 어울리며 인상 깊은 공간감을 느끼게 했다. 별별마당도 보는 순간 그 풍경처럼 그냥 자연스러운 식물들을 들여놓으면 좋을 거 같았다. 어떻게 보면 이전까지 잡초로 취급되어 왔던 들풀과 들꽃들로 정원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을 선보이고 싶었다. 하늘하늘 꽃도 좋고 산들산들 바람도 좋다는 의미로 ‘호호정원’이라는 이름도 지었다.
개장일에는 플리마켓이 열렸다. ‘겨울정원’의 저자인 김장훈 가드너의 ‘자연주의 정원’ 강연도 있었다. 마침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호호정원에는 수업 중 언급되는 다양한 여러해살이꽃과 풀이 바람에 하늘거리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강연의 핵심 내용은 ‘right plant for the right place’다. 결국,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가드닝 행위란 ‘있을 만한 장소에 있을 만한 식물’을 심어주는 것이다. 장소에 적합한 식물을 심는다면 정원을 만들고 가꾸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다.
이맘때면 주택 정원을 가진 분들은 잡초와의 전쟁으로 몸살을 한다. 큰 나무가 우거져 어두운 숲속보다 양지의 보들보들한 흙 위에 씨앗을 퍼트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힘겨운 도시살이에 살아남아 종족을 번식하기 위해 애를 쓴다. 흙 한줌 없는 척박한 콘크리트 틈새에서도 삐죽하게 자라나 그해 씨앗을 흩날리고는 한 해를 마감하지 않는가. 가꾸지 않아도 알아서 피고 지니 잡초야말로 가장 최적의 장소를 아는 최고의 셀프 가드너다. 그늘이 짙은 곳에 햇빛을 좋아하는 식물은 웃자라 볼품없이 쓰러질 것이며 온종일 해가 드는 양지에 음지식물은 강한 햇빛과 건조에 힘들어할 것이 분명하다.
정원을 가꾸려면 자연을 더 자세히 관찰하고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연에서 배우고 자연을 닮아가는 정원을 만드는 것이 다음 세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자 우리의 의무라 생각한다.
정홍가 쌈지조경설계사무소장 울산조경협회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