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헌책 90%는 폐기…시간·비용 더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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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헌책 90%는 폐기…시간·비용 더 들어
  • 김현주
  • 승인 2019.10.2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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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일보 ‘책읽는 울산프로젝트’로 작은도서관 헌책기부 증가
상당수 낡고 오래돼 사용 못해…정기 후원 문화 확립 필요
▲ 자료사진

“헌책을 기부 받으면 90%는 버립니다. 너무 오래되거나 낡아서 쓸 수 있는 책이 거의 없어요.”

본보의 ‘책읽는 울산’ 프로젝트를 통해 동네 곳곳의 작은도서관을 돕기 위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책 기부가 많아 작은도서관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기부 단계에서 신중한 선별을 우선하는 것은 물론, 책 기부 대신 정기 후원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지역 작은도서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기부되는 헌책 중 상당수가 도서관에 비치할 수 없는 사실상 폐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에 소개된 한 작은도서관은 개관 이후 기부받은 책의 90%가 오염되거나 출간된 지 너무 오래돼 모두 폐지 처분했다. 일반적으로 작은도서관은 공립도서관과 비교해 장서 규모가 적기 때문에 방문객을 위해 진열되는 책의 종류를 더 엄격하게 선택한다.

도서관 관장 김모씨는 “중요한 건 양이 아니라 질이다. 변색되거나 곰팡이가 슨 책은 당연히 쓸 수 없고 중간 책이 사라진 이 빠진 전집도 마찬가지인데, 기부 받는 책의 대부분이 이런 상태”라며 “헌 책을 기부하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사실상 기부가 아니라 쓰레기를 버리는 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의 책이 다량 기부되다 보니 이런 책을 분류해 폐지로 처리하는데 오히려 인력과 시간, 비용이 더 든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예전에는 사용할 수 없는 책을 폐지로 팔아 수익금으로 새 책을 구입했지만 최근 폐지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오히려 헌책을 폐기하는데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려없는 기부가 오히려 작은도서관들에게 짐이 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작은도서관들은 헌책 기부보다는 정기후원 문화 확립 위해 노력 중이다. 정기후원이 늘어날 경우 신간 도서 구입비는 물론, 사실상 자원봉사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작은도서관의 인건비 등이 충당돼 보다 안정인 운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현숙 울산작은도서관협회장은 “작은도서관 대부분이 자원봉사자에게 의존해 매달 적자로 운영되고 있다”며 “독서 문화와 작은도서관이 우리 사회에 자리잡기 위해서는 헌책 기부 대신 적은 금액이라도 정기후원을 하는 방식으로 기부·후원 문화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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