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호의 철학산책(21)]우연한 삶에 의미 찾기
상태바
[김남호의 철학산책(21)]우연한 삶에 의미 찾기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0.09.06 2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남호 울산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철학박사

우주는 어마어마하게 넓다. 그 진실과 마주하면 모두가 할 말을 잃고 만다. 1977년 9월5일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른 물체 중 하나인 보이저 1호가 발사되었다. 그 후 약 23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으나 보이저 1호는 이제 막 태양계를 벗어나고 있다.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의 지름은 약 10만광년에 해당하는 거리이다. 이는 우리 은하 끝에서 끝까지 빛의 속도(약 초속 30만㎞)로 약 10만년이 걸린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우리 은하에만 지구형 행성이 60억개, 태양과 같이 스스로 빚을 내는 항성이 약 4000억개 정도 있다고 추측한다. 아직 놀랄 일은 아니다. 은하의 수가 2000억개 이상이 있다고 하니 말이다. 그 안에는 지구형 행성과 항성이 도대체 얼마나 많다는 것일까.

이렇게 넓은 우주에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양적인 규모를 고려해 볼 때, 내가 있어도 없어도 우주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을 것이다. 1에 1을 더하면 2가 되는 이치는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삼각형이 둥근 원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둥근 삼각형, 둥근 사각형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도 필연일까? 아니다. 내가 반드시 여기에 있지 않아도 된다. 즉, 내가 지금 여기 꼭 있어야만 할 필연적인 이유가 없다. 내가 여기 있음은 순전히 우연이고, 이유가 없다. 삶은 부조리하다. 내 삶에는 합리적인 근거가 애초에 있지 않다. 순전히 우연히 태어났고, 순전히 우연히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일 뿐이다.

니체와 같은 철학자는 이 부조리함 앞에서 ‘너만의 불꽃을 창조하라’라고 말한다. 신은 죽었다. 즉, 뭔가 숨겨진 필연적 질서 같은 건 인간이 지어낸 공상일 뿐이다. 하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의미가 없는 삶이라면 내가 의미를 만들면 된다. 우주는 침묵하더라도 나는 내 삶을 창조하면 된다.

물론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창조하기 위해서 자기의 일부를 버리고, 태워야 한다. 사사로운 욕구와 욕망,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 자기를 강하게 지배하여 새로운 삶을 창조해내는 새로운 인간 유형이 바로 극복하는 자, 즉 위버멘쉬이다. 김남호 울산대학교 철학과 객원교수·철학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도시철도 1호선, 정차역 총 15개 조성
  • ‘녹슬고 벗겨진’ 대왕암 출렁다리 이용객 가슴 철렁
  • 울산 동구 주민도 잘 모르는 이 비경…울산시민 모두가 즐기게 만든다
  • 제2의 여수 밤바다 노렸는데…‘장생포차’ 흐지부지
  • [울산 핫플‘여기 어때’](5)태화강 국가정원 - 6천만송이 꽃·테마정원 갖춘 힐링명소
  • [지역민도 찾지 않는 울산의 역사·문화명소]울산 유일 보물 지정 불상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