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국립산업기술박물관’ 다시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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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국립산업기술박물관’ 다시 고민할 때다
  • 경상일보
  • 승인 2020.09.1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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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산업관과 박물관 창조적 접목
융복합적 콘텐츠 창출할 거점으로
산박의 역할부터 제대로 정립해야
▲ 김정배 (사)문화도시울산포럼 이사장

지난 7월31일 울산시는 과기부의 ‘전문과학관’ 공모에서 최종 탈락했다. “광역시 울산의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다”는 한 시민의 말에서 울산시민의 착잡한 심정을 느낄 수 있다.

20년여 동안 울산시와 뜻있는 시민들이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하 ‘산박’) 설립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도 참담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이유가 뭘까? 진지한 성찰이 필요할 때다.

‘산박’ 설립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00년 초다. 당시 서울 용산미군기지 자리에 ‘공업역사박물관’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울산유치 범시민운동본부’는 30만 시민의 서명을 받아 울산 설립을 관철시켰고,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문재인 후보는 이 문제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2014년 울산시는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울산설립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추진지원위원회’를 발족시켰으며 산업기술진흥원의 타당성 조사를 거쳐 울산박물관 인근으로 입지를 정했다. 2014년 11월 기재부는 한국개발원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의뢰했고, 울산시는 두 차례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등 애를 썼다. 그러나 2017년 8월 ‘경제성’과 ‘균형발전’ 부문의 낮은 점수 때문에(?) 무산됐다.

그런 상황에서 이채익 의원이 정부예산 3억을 확보하자 2017년 12월 ‘재추진 시민운동본부’가 출범하는 등 활동이 재개됐다. 2019년 6월 산업기술진흥원은 ‘체험 프로그램’을 적극 포함시켰지만 목적을 ‘산업기술의 비전과 중요성을 후대에 전수’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9월 울산시는 유사한 개념의 ‘산업기술복합문화공간’으로 계획을 수정해 다시 신청했다. 이것은 유물 전시보다 첨단기술을 이용한 콘텐츠와 체험공간의 확대에 비중을 두었지만 일반 과학관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20년 1월 재정사업평가위원회는 ‘중복성’과 ‘시급성’ ‘운영계획 미비’를 이유로 평가대상에서조차 제외시켜버렸다.

이후 울산시는 산박, 산업기술복합문화공간과는 전혀 다른 과기부의 전문과학관에 응모했다가 7월31일 탈락한 것이다.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쉽게 생각한 점 몇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산박 설립이 울산의 비전과 전략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울산의 미래는 기본적으로 지속가능한 문화도시여야 한다. 과학도시는 산업도시2 버전일 뿐 울산의 이미지 개선과 창조적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산박은 과학, 기술, 산업이 인문학과 예술과 소통함으로써 융복합적 콘텐츠를 창출하는 전략적 거점이 되어야 한다.

둘째, 산박의 역할과 필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은 유물의 보존과 전시를 중시한다. 그러나 최근의 세계적 산업기술박물관은 과학과 산업기술을 문화적으로 해석하고 시민의 창조적 정신을 일깨우며 기술혁신의 영감을 불어넣는 체험적 교육적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파리의 라빌레트 과학산업관이 전형이다. 그런데 그와 유사한 개념의 과학관은 우리나라에 75개가 있다. 역설적이게도 정부가 산업기술복합문화공간을 거부한 이유다.

셋째, 산박은 ‘21세기 한국형 산업기술관’이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지 못했다.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보기 드문 나라다. 산박은 최신의 ‘과학산업관’ 개념과 산업기술발전사의 정리와 유물 전시라는 전통적 박물관 개념을 창조적으로 접목해야 한다. 그래야 내국인은 물론이고 제3세계와 세계인의 체험과 교육의 공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국립산업기술박물관(한국산업관)은 세계를 겨냥한 관광, 투자 유치, 그리고 창조적 기술, 산업, 경제, 문화 발전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다. 이것은 한국과 울산의 경험, 세계 대다수 국가들이 처한 상황,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문화적 조건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글로벌 문화도시를 꿈꾸는 울산이 그 동력이자 중심이 될 ‘한국산업관’ 설립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김정배 (사)문화도시울산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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