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의 음악이야기(171)]드라마틱한 마왕(魔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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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의 음악이야기(171)]드라마틱한 마왕(魔王)
  • 경상일보
  • 승인 2020.09.23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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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마왕>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8.28~1832.3.22)가 쓴 시다. 슈베르트보다 48년 전에 태어난 괴테는 철학자, 법학자, 시인으로 명성을 떨친 독일의 대문호다. 괴테의 시 <마왕 Der Erlkonig>에 심취했던 슈베르트는 18세에 이 시를 가곡으로 작곡했다. 지금은 500~600곡의 가곡을 남긴 ‘가곡의 왕 슈베르트’이지만 당시엔 초보 작곡가에 불과했다.

슈베르트의 첫 작품인 <마왕>은 어느새 전 세계 성악가들이 부르고 싶어하는 걸작이 됐다. 그러나 부르고 싶다고 모든 성악가가 다 부를 수는 없다. 난이도가 높고 내용이 정말 극적이고 난해하기 때문이다.

이 시의 내용은 이렇다. 먼저 해설가역의 노래이다. “밤에 바람이 심한데 누가 이렇게 늦게 말을 타고 달리는가? 아버지가 그의 아들을 데리고 가는구나. 아버지는 그의 아들을 안고 있구나. 아버지는 아들을 꼭 잡고 아들의 체온을 유지하고 있구나.” 이어서 아버지가 등장한다. “내 아들아, 왜 이렇게 불안해하며 너의 얼굴을 안 보여 주느냐?” 아들은 “아버지, 아버지는 마왕이 안 보이나요? 마왕이 왕관을 쓰고 그 부하들과 함께 있어요~”라고 답한다. 다시 아버지는 “아들아, 엷게 퍼진 안개가 그렇게 보이는 거야.”라고 불안을 달랜다. 그러자 마왕이 나타나 “너, 사랑스런 아이야. 자~ 나와 함께 가자. 수많은 재미있는 놀이들을 너와 함께 해줄게. 해변에는 많은 꽃들이 피어 있고 나의 어머니는 많은 금빛 드레스를 가지고 있단다.” 이야기는 계속 진행되어 결국 말 위에서 아이는 죽어가며 비극으로 끝난다.

아들과 아버지, 마왕, 해설가까지 성악가 혼자서 1인4역을 해야 하는 드라마틱한 가곡이다. 그래서 아무나 소화해 낼 수 없다. 또 하나, 이곡의 특징은 시작부터 끝까지 셋잇단음표로 표현되는 말발굽소리를 피아노 반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아노가 4명의 등장인물이 처한 긴박한 상황을 마치 눈앞에 펼쳐주듯 생생하게 표현해낸다. 한번 들어 보고 느껴 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구천 울산대 객원교수·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

#추천음악=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작곡 <마왕(Der Erlkonig>, 성악 헤르만 프라이(Hermann P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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