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살기 좋은 나라와 행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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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살기 좋은 나라와 행복의 조건
  • 경상일보
  • 승인 2020.10.12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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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과 기준 제각각 달라
결핍 없이 채우는 것만이 행복 아냐
비우고 나누는 기쁨 함께 알았으면
▲ 강학봉 사랑의열매 울산사무처장

미국 워싱턴 소재 비영리기관인 사회발전조사기구가 2020년 사회발전지수(SPI)를 발표했고, 거기에서 한국은 163국 중 17위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것은 사회발전수준을 보여주는 성적표라 할 수 있다. 세부 항목을 보면 인간의 기본욕구 충족 정도, 복지의 토대 구축 정도, 기회의 폭 등을 보여주는 항목들로 짜여있으며, 사회의 발전 수준과 삶의 질을 포괄적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망라되어 있다 한다. 3년 연속 1위는 노르웨이고, 덴마크, 핀란드, 뉴질랜드 등 서구권 나라들이 상위를 차지했다. 관심국이며 가까운 이웃 나라인 일본은 13위이고, 미국은 28위, 중국은 100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 순위가 모든 부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보면 정보통신의 접근성은 1위였으나 환경의 질은 80위였다.

UN 자문기구인 지속가능한 발전해법 네트워크(SDSN)가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발표한 2020 세계 행복보고서에서 따르면 한국은 61위, 미국 18위, 일본 62위, 중국 94위를 차지했다.

한동안 부탄이 행복지수가 1위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회자된 것은 2010년 영국의 한 재단에서 전혀 다른 방법과 지표로 조사한 결과 1위에 오른 경험 때문인데, 현재는 95위에 머물렀다. 이외에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에서 OECD 회원국과 신흥공업경제지역 등 63개 국가를 대상으로 국가경쟁력을 조사 분석하여 발표했을 때 우리나라는 23위였다.

이 세 가지의 경우만 봐도 우리나라는 국가경쟁력과 살기 좋은 나라에서 자타 공인 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그만큼 행복지수도 느끼며 살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물론 개개인이 행복지수를 무엇에 중심을 두는가, 만족의 기준을 어느 정도로 잡는가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잘사는 나라,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가는 부단한 노력을 한다. 국민도 의식주를 해결할 어느 정도의 경제력, 개인의 권리와 자유, 교육의 접근성, 안전, 환경, 정보, 통신 등 많은 조건을 갖춰가면서 그에 맞는 삶을 살려고 애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모두가 지향하는 기본적인 행복 조건이 충족되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건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다 충족됐다고 개인의 삶이 모두 행복한가. 인간의 욕구는 참으로 묘해서 하나가 충족되면 또 다른 결핍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가끔 언론을 통해 상상을 초월한 거액을 사회에 환원하는 억만장자들의 소식을 접할 때가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찰리 척 핀리라는 억만장자가 은퇴 후에 아내와 생활 할 일부만 남기고 9조4000억이나 되는 전 재산을 기부하면서 ‘너무 행복하다’는 소감을 남겼다. 2012년에 살아있는 동안에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언을 해왔던 그는 진짜 약속을 지킬 것인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해봐라, 정말 좋다” “빈털터리가 됐지만 더이상 행복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선한 영향력은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했다. 버핏은 “척이 기부 활동에 큰 영감을 준 기념비적인 인물이며 우리 모두의 표상”이라 했다.

액수로는 비교가 안 되지만 평생 물질과 밭일로 모은 돈을 모 대학에 기부한 제주의 해녀 할머니도 “모든 걸 정리하여 기부하고 홀가분하게 떠날 결심을 한 것이 제일 잘한 일”이라며 행복해했다. 이렇게 자신이 쌓은 업적들을 사회에 환원하고 난 뒤에 그들은 ‘행복하고 보람이 가득하다’ ‘주는 기쁨이 받는 기쁨보다 크다’고 한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꾸 이루는 것도 행복이지만, 비우는 것도 행복이라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물론 그들의 행복의 기준을 보편적으로 삼을 수는 없다.

추석이 지나자 수은주가 쑥 내려갔다. 이제 연말 모금을 계획하고 준비해야 할 때가 왔다. 너나없이 어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충족과 비움, 다시 한 번 행복의 기준을 생각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강학봉 사랑의열매 울산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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