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은 태화강의 상류인 대곡천가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거리상으로는 6㎞ 떨어져 있다. 암각화가 그려져 있는 바위면의 면적도 비슷하다. 천전리 각석이 9.5×2.7m이고, 반구대 암각화는 8×5m이다.
반구대 암각화가 훨씬 많이 알려져 있으나 발견 시기로는 천전리 각석이 1년 빠르다. 국보로 지정된 것도 천전리 각석이 훨씬 앞선다. 1970년 12월 발견된 천전리 각석은 1973년 5월4일 국보로 지정됐으나 반구대 암각화는 그 보다 22년 뒤인 1995년 6월23일에 지정됐다.
국보라는 지위를 뒤늦게 취득한 반구대 암각화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는 이유는 보존 문제로 20여년간 세간의 논란 속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초에 그림의 친근감에서도 천전리 각석이 반구대 암각화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고래와 호랑이 사슴 등 동물 그림들로 구성돼 있어서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반면 천전리 각석은 동물 그림도 있긴 하지만 동심원 등의 기하학적 무늬와 글씨들이 함께 새겨져 있다.
그렇다고 천전리 각석의 가치가 반구대 암각화에 미치지 못한다고 할 수는 없다. 시기적으로 반구대 암각화는 선사시대에 한정되지만 천전리 각석은 선사시대부터 신라·통일신라시대까지 이어지면서 그림과 글씨가 보태졌다. 역사적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도 있다.
천전리 각석이 발견된 지 50주년을 기념해서 학술대회가 30일 개최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천전리 각석의 가치와 의의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놓는다. 반구대 암각화에만 집중돼 있던 관심들이 천전리 각석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다행이다. 문양에 대한 분석도 새삼 관심이 가지만 천전리 각석의 보존에 대한 문제, 콘텐츠 활용에 대한 제안 등이 나온다니 기대가 크다. 천전리 각석도 반구대 암각화 못지않게 자연풍화에 의한 탈각 현상이 심각하다.
반구대 암각화 단독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되건, 대곡천변 암각화군으로 등재가 되건 2개의 암각화를 따로 떼놓고 그 가치를 논할 수가 없음은 분명하다. 이번 학술대회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천전리 각석의 보존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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