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숙 칼럼]산업도시, 관광산업 그리고 정주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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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숙 칼럼]산업도시, 관광산업 그리고 정주여건
  • 정명숙 기자
  • 승인 2020.10.26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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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도, 보호 목적 30년간 출입통제 해놓고
완충녹지 근린공원은 아파트 개발 ‘모순’
산업-관광-삶의질 ‘아름다운 조율’ 필요
▲ 정명숙 논설실장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방도리에 1만5074㎡의 작은 섬이 있다. 짐승의 눈처럼 생겨 목도(目島)라 불리는 이 섬은 1992년부터 무인도가 됐다. 주민이 이주하고 출입통제된지 30년째다. 20년간 통제기간을 설정했다가 2012년부터 다시 10년을 연장했다. 천연기념물 65호인 상록수림을 보호하기 위한 문화재청의 조치다. 목도상록수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동해안에서 상록활엽수가 자라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식생은 지난 30여년동안 거의 회복됐으나 수종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최근 식생조사에 따르면 400그루가 넘던 동백은 254그루로 줄었다. 반면 후박나무는 1013그루로 늘었다. 동백나무가 많다는 뜻의 춘도(椿島)라는 이름이 무색해지고 있는 것이다. 다양했던 상록활엽수도 상록침엽수가 대신하고 있다는 전문가 보고도 있다. 보호라는 미명아래 사실상 방치한 결과다.

출입통제 해제시기는 내년이다. 문화재청이 곧 출입통제 해제여부를 결정한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출입통제를 연장하겠다는 의견을 낼 계획이다. 목도가 고향인 사람들, 소풍의 추억이 아련한 울산사람들로선 여간 아쉬운 일이 아니다. 목도는 관광자원으로서도 활용 가치가 크다. 예약제로 개방해도 좋을 것이다.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것은 언제나 낭만적이다. 그게 무인도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천혜의 섬에서 정유공장의 그로데스크한 풍경을 함께 볼 수 있다. 산업과 자연의 공존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울산만의 관광상품이 될 수 있다. 독창성은 관광자원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울산시 남구 여천동 야음근린공원이 아파트단지로 개발될 예정이다. 지난 7월1일자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일몰제가 시행되자마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4300여가구 규모의 공공임대주택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미 국토교통부로부터 지구지정 승인을 받았다. 석유화학공단과 주거지를 차단하는 완충녹지역할을 해온 공원부지를 공동주택지로 개발한다는데 울산시가 뜻을 함께 하고 있다. 공원으로 재지정을 하려면 51만㎡ 가량 되는 사유지를 사들여야 하는데, 3000억원의 예산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울산은 미세먼지 속 독성물질이 다른 도시보다 훨씬 심각하다. 미세먼지는 정주여건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지 오래다. 공해차단녹지를 아파트단지로 개발하는 것은 전국 최대 규모의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단의 독성물질이 무방비로 주거지로 날아들도록 촉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기업체들은 대기오염에 대한 입주민들의 민원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걱정을 하고 있다. 그런 부담까지 안고 투자를 확대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결코 협박이 아니다. 산업도시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완충녹지 훼손은 금기시해야 한다. 절대 되돌릴 수 없는 개발이다.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잠시잠깐 방문해서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겠다는 목도는 30년간의 출입 통제도 모자라 앞으로 더 연장하겠다고 하면서 공해차단녹지인 야음근린공원에는 서민들이 상시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모순이다. 울산은 여전히 공업도시이지만 오로지 공업도시라는 한 길을 달릴 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공업도시라는 기반 위에 관광산업도 성장해야 하고 수준 높은 정주여건도 확보해야 한다. 기업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환경정책, 산업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관광정책,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고려하는 산업정책, 얽히고설킨 정책들 간의 현명하고도 아름다운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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