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상표사냥꾼과 테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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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상표사냥꾼과 테스형
  • 경상일보
  • 승인 2020.11.1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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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허점 노리는 상표사냥꾼 활개
소상공인 지식재산권 보호 위해
자신의 상표 서둘러 등록출원을
▲ 김지환 김지환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최근 소위 ‘상표사냥꾼’이라는 단어가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유명 TV 프로그램과 연관이 있어 세간의 관심을 끈데다 소상공인 보호 측면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작년에 EBS의 저명한 캐릭터명 ‘펭수’ 상표권을 타인이 대거 선점하려던 사건이 있었다. 지금은 EBS측의 출원과 그 타인의 출원취하라는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은 것 같다. 그러나 지금도 또다른 제3자의 ‘펭수’ 상표출원은 계속 시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한 어느 소상공인의 하소연이 최근 SNS를 통하여 화제가 됐다. 오랜 시간 노력의 결과물인 ‘덮죽’에 대해 한 프랜차이즈업체가 상표선점을 위해 출원한 것이 대중의 지탄을 받은 것이다. 레시피의 모방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결국 그 프랜차이즈업체 측은 사과를 표하고 상표출원을 취하했다.

‘펭수’와 ‘덮죽’은 이미 각종 매스컴에 수없이 언급되어 식상할 것이니, ‘펭수’와 유사한 예로서 ‘테스형’을 들어 보기로 한다. 가황 나훈아의 ‘테스형!’이라는 제목의 노래가 지난 추석 KBS 비대면 콘서트에서 울려퍼진 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필자는 추석 직후 분명히 상표사냥꾼들이 이것을 놓치지 않을 것인데 하고 특허검색 사이트인 ‘키프리스’를 주시하고 있었다. ‘키프리스’ 게재까지는 며칠 시간이 걸리므로 당시에는 출원 건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다 최근에 다시 보니 10월2일 이후 8건의 출원이 이루어진 것이 눈에 띄었다. 물론 이 중에는 나훈아 관계자의 출원이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아마 다수가 ‘테스형’의 명성에 편승해 상표를 독점하려는 이들일 것이다. 캐릭터 명칭과 마찬가지로 인지도가 있는 노래 제목도 상표로서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예컨대 가수 임창정의 ‘소주 한 잔’이라는 노래가 있다. 노래 제목일 뿐만 아니라 ‘임창정의 소주 한 잔’은 요식업 등록상표(상표권자: 임창정)로 수십 개의 가맹점이 운영되고 있다.

상표는 대체로 원래부터 모방의 결과물이다. 예컨대 우리가 아는 상표 ‘애플’은 ‘사과’를 갖다 쓴 것이다. 즉 먼저 출원해 등록받아 쓰는 사람이 임자인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미 상표로 인식된 것을 모방하면 상품을 구매하려는 수요자들에게는 출처혼동이 생기므로 이에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어, 상표법은 유명상표를 모방하는 타인의 상표등록을 거절하는 다양한 규정들을 두고 있다. 특히 노래 제목의 경우 특허청의 예규인 상표심사기준에서 타인의 등록을 거부할 수 있는 규정들을 마련하고 있다. ‘출처표시로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일반인들이 유행어처럼 사용하게 된 방송프로그램 명칭이나 영화, 노래의 제목’ ‘유명한 방송프로그램 명칭, 영화나 노래 제목 등과 동일 또는 유사하거나, 유사하지는 않더라도 이들을 용이하게 연상시키는 상표’ ‘널리 알려진 방송프로그램 명칭, 영화나 노래 제목 등과 동일·유사한 상표’ 등에 대해 등록을 거절하는 지침으로서, 거절항목에 ‘노래 제목’을 포함하고 있다.

필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해 지식재산컨설팅을 하고 있다. 주로 식당 등 소상공인들의 상표, 특허 관련 상담인데, 덮죽 사건처럼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부족에서 기인한 희생자가 더 이상 나와서는 안된다는 생각으로 컨설팅에 임하고 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모방상표에 대해 상기의 거절이유를 내세우고, 절차적으로는 정보제공, 이의신청 및 무효심판을 통해 권리화를 저지해야 한다.

상표사냥꾼 즉 상표브로커 문제는 선출원주의 하에서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골칫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은 매년 이루어지지만, 완전한 입법이 있을 수 없고 시행까지의 시간 간격이 있어서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 자들과의 머리싸움은 끊임없이 계속되어 왔다. 결국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상표를 서둘러 출원하는 것만이 완전한 해결책인 것이다. 상표사냥꾼이 사냥을 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풀어보자면, 총알을 장전하는 ‘출원단계’와 총을 쏘는 ‘등록 후 권리행사단계’로 나눌 수 있다. 총알을 장전하기 전에 소상공인들은 반드시 ‘본인의 상표등록출원’이라는 ‘방탄조끼’를 입어야 하는 것이다.

김지환 김지환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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