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체험과 교육 공간 되어야
더 이상 지연 말고 조속히 건립되길

2000년 ‘공업역사박물관’ 건립 주장을 계기로 시작된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후 산박) 유치 노력은 30만 서명, 두 번의 대선공약, 초당적 총선공약, 조례 제정과 입지 선정, 수차의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거쳤지만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문화도시울산포럼은 산박에 대한 시민의 이해와 참여를 독려하고 울산시의 분발과 정부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11월6일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가졌다.
현장에서 느꼈던 바를 간략히 정리하고 몇 가지 제언을 덧붙이고자 한다.
첫째, 명칭 문제다. 산박의 ‘박물관’ 용어 때문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지 못했으며 그래서 ‘산업관’으로 명칭을 바꾸고 그에 걸맞은 산업기술문화로 내용을 채워야 한다는, 산박의 ‘박물관’ 용어와 내용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그리고 박물관이든 산업관이든 명칭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주장은 예비타당성조사를 주도한 것이 울산시가 아니라 산자부였다는 점에서 초점이 다소 빗나간 측면이 있다.
둘째, 추진 주체 문제다. 그동안의 정부 태도를 문제 삼으며 시립과 민간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엄청난 초기 자금과 최악의 운영비용이 발생할 경우 울산시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울산시와 시민이 주도할 경우 정부에게 손을 뗄 명분을 줄 수 있고 그래서 지금까지처럼 정부가 주도하고 울산시가 시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범시민적으로 힘을 보태자는 주장이 공감을 얻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접근이다.
셋째, 내용 구성 문제다. 첨단 산업기술의 전시, 체험 학습 놀이의 공간, 수출기지, 미래형 산업로봇 스테이션, 그리고 산업기술 유물의 수집 보존 전시를 보완하기 위한 울산과 주변도시를 연계하는 플랫폼 등이 제시되었다. 내용 구성은 산박의 성격과 특징을 잘 드러내면서 동시에 기존 과학관과의 중복성 오해를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각별히 중요하다. 최근 널리 보급되고 있는 가상·증강·혼합현실(VR/AR/MR)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인식 제고를 위한 제언이다. 첫째, 산박 건립의 목적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산박 자체의 목적은 산업기술 지식과 경험을 미래세대에 전수하고, 사회적 이해와 공감대를 확산해 자긍심과 도전정신을 고취하며,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한 ‘산업기술과 디자인, 인문·사회과학 등 다른 분야와의 융합기반을 구축’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울산의 입장에서 산박은 그 점에 그치지 않고 울산이 산업도시 생태도시를 넘어 글로벌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전략적 거점이 되어야 한다.
둘째, 산박의 수요공급 시장은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여야 한다. 산박은 한국과 세계 산업기술의 역사와 첨단 산업기술문화의 플랫폼으로서 10여개 선진국을 제외한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모범적 발전 모델을 제시하고 세계인의 체험과 교육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세계인의 관광과 투자, 인구 유입을 유인할 수 있고 수익성 문제를 생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셋째, 산박 건립은 더 이상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문화적 조건, 대한민국의 경제적 문화적 역량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 코로나19 이후 예상되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환경 등은 우리의 합리적이고 창조적인 결단을 요구한다. 산박은 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울산만이 아니라 인근 도시들 나아가 대한민국 전체에 새로운 발전을 자극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다. 산박 건립이 절실하고 시급한 이유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의 목적과 역할에 대한 이러한 인식이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지적되었던 중복성, 경제성, 시급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김정배 (사)문화도시울산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