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라영의 미술산책(51)]관계의 회복, 치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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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라영의 미술산책(51)]관계의 회복, 치유의 숲
  • 경상일보
  • 승인 2020.11.1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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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신 <품> 천연소나무 박판지, 가변설치, 2020

최근에 본 많은 신진작가들의 전시에서 그들이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기도 하고, 상당수의 트러블이 ‘관계’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사회초년생에게는 큰 고민거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에 충분히 공감한다. 작가로서 그것을 작업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것도 건강한 생각이다.

권신 작가는 ‘관계’에 대한 고민을 종이로 입체화시켜 설치하는 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상당히 노동집약적이다. 앞서 평면 종이 위에 펜으로 했던 작업도 노동량이 많았다. ‘점’이라는 요소는 자신의 존재이고, 거기에서 뻗어나가는 여러 형태의 선이 복잡하고 어려운 인간관계 같다는 생각에 점과 선을 수없이 그렸다. 여러 형태의 선을 표현하기 위해 평면에 한계를 느끼고, 입체작업으로 들어섰다. 작업의 단계로 본다면 바람직하다.

▲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그가 개인전을 진행하는데 사용되는 종이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권신의 회화에서 색은 대부분 검정이었다. 그는 회화 뿐 아니라, 의상 역시 검정색 외의 것을 잘 입지 않는다. 의상은 여전히 검정을 유지하고 있으나 작업에서는 작년에 흰색과 빨강이 첨가되더니, 올해 작업에서는 파란색 계열을 보여주었다. 노동집약적인 작업을 하는 행위자체가 작가에게는 ‘관계로 인한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결과적으로 작업을 통해 관계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는 것처럼 보여진다.

현재는 더 내재된 고민을 하고 있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가장 근원적인 것이며, 결국은 욕구나 욕망에 의해 시작된 것이 아닐까 한다고. 그것을 확인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종이의 근원을 알아볼 수 있는 나무무늬가 그대로 드러나는 소나무 박판지를 사용하여 작업하고 있는데, 42×14cm 사이즈의 종이 3600장이 입체화 되어 삼각뿔의 감정의 가시와 함께 전시장을 구성한다.

권신 초대전은 11월20일부터 12월1일까지 울주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일요일은 휴관이다. 작가는 관람객도 함께 치유되는 시간이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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