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자 나익주 박사, ‘은유로 보는 한국사회’ 책 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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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 나익주 박사, ‘은유로 보는 한국사회’ 책 펴내
  • 임규동 기자
  • 승인 2020.11.21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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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대표적 은유들을 통해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
 

인지언어학의 개척자 조 지 레이코프의 여러 저작을 한국어로 옮기고,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은유를 분석하고 알리는 데 앞장서온 언어학자 나익주 박사(사진)가 ‘은유로 보는 한국사회’란 책을 펴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 사회의 대표적 은유들을 통해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한다.

은유는 단지 시의 수사적 효과나 말의 전달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개념 체계의 문제이며, 사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지 기제이다. 은유의 속성 을 파악하는 일은 사회의 본질과 대면하는 일이다.

자자 나익주 박사

인지언어학의 창시자 레이코프는 ‘프레임(frame) 이론’으로 미국 정치 담론을 분석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의 이론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어, 이제 ‘프레임’은 한국 사회에서 거의 일상어가 되었다. 이는 프레임이 한국의 현실 분석에도 그만큼 유용하다는 말이고, 한국 사회에 은유가 그만큼 넘쳐난다는 말 이다. 흔히 말하듯, 한국 사회에서는 프레임 전쟁이 한창이다. 이 전쟁의 목표는 영토 같은 물리적 대상 이 아니라 ‘정의’, ‘자유’, ‘평등’, ‘공정성’ ‘차별’ 등 가치를 담은 개념의 해석을 차지하는 데 있다. 이른바 진보 대 보수의 대결은 개념의 해석을 둘러싼 전쟁이다. 그리고 개념 전쟁은 곧 프레임 전쟁이다.

프레임과 은유가 둘 다 우리 마음속에 자리 잡은 구조물 로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프레임 전쟁은 곧 은유 전쟁이다.

은유는 단지 수사적 효과를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의 사고와 삶을 실제로 지배한다. 우리가 은유의 의미와 기능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각종 프레임과 은유가 경합하는 전장에서 살아남게 해줄 은유 리터러시(literacy)가 필요한바, 저자가 이 책을 쓴 동기가 바로 그 요구에 답하는 데 있다. 저자는 진보와 보수의 개념 전쟁이 어떤 현상을 해석할 때 우리 머릿 속에서 작동하는 은유 체계의 상이함에서 비롯한다는 관점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중요한 관심사인 ‘교육’, ‘경제’, ‘국제 관계’, ‘성과 사랑’, ‘사회적 재난’, ‘개신교 세계관’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의 논쟁에 어 떤 은유가 깔려 있는지 분석하고 있다. 풍부한 사례를 통해 진행되는 그의 분석을 따라가면, 주요한 사 회 영역에서 한국인의 사고와 삶을 지배하는 은유들을 알고 그 의미와 기능을 파악하게 될 것이다.

진보와 보수의 개념, 프레임, 은유 전쟁에서 저자는 시종일관 진보의 입장을 견지한다. 그런 저자가 한편 으로 아쉬워하고 한편으로 경계하는 것이 프레임 또는 은유의 작동 원리에 대한 진보의 이해 부족이다.

진보의 정치적 무능은 진보 언어의 부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수의 프레임에서 잘못된 점을 찾는 데 급급하고, 그 이유를 대중에게 논리적 이성적으로 설명하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믿는 계몽주의에서 한국의 진보는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진보는 진보의 가치를 진보의 언어, 진보의 은유 로 소통함으로써 그에 공감하고 가치 실현에 함께할 정치적 주체를 확보해야 한다. 이 책은 그 여정, 더 나은 사회, 더 살 만한 세상을 이루려는 실천 과정에서 좋은 동행자가 될 터이다.

소수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소망하면서 언어와 은유가 어떻게 우리 삶을 지배 하는가를 밝히는 연구를 수행해온 나익주 박사는 전남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대학원과 전남대 대학원에서 영어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UC버클리대 언어학과에서 객원학자로서 은유와 인지언어학을 공부했다. 전남대와 충남대, 광 주교대에서 강의했고 광주여고, 서강고, 광주상고 등에서 영어를 가르쳤으며 광주 지산중학교장을 지냈 다. 현재 한국담화인지언어학회의 학술지 『담화와 인지』 편집위원과 한겨레말글연구소의 연구위원을 맡 고 있으며, 전남대 인문사회 학술연구교수이다.

 은유 이론과 정치적 프레임 이론을 소개한 『조지 레이코프』(2017) 를 쓰고 『비유의 인지언어학적 탐색』(2014)과 『어휘 의미의 인지언어학적 탐색』(2015)을 공저했으며, 『삶으로서의 은유』(1995/2006 공역), 『몸의 철학』(2003 공역), 『개념 영상 상징』(2005), 『프레임 전쟁』(2007), 『자유 전쟁』(2009), 『이기는 프레임』(2016), 『지구적 불평등』(2019), 『과학의 은유: 진리 만들기』 (2020 공역) 등의 역서를 펴냈다.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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