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장애를 극복이 아닌 상생의 문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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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장애를 극복이 아닌 상생의 문화로
  • 경상일보
  • 승인 2020.11.22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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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민정 울주군의회 행정복지위원장

지난해 봄, 울주군청 2층 카페에 독특한 스타일의 그림이 전시됐다. 한참을 감상하다 눈을 돌려 다시 보니 작가의 이력이 남다르다. ‘울주군 발달장애인 작가 이민지’

그녀만의 상상 속에서 펼쳐진 자유롭고도 섬세한 터치에 감탄사가 여러 번 새어나왔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비장애인에 비해 열 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 그녀를 화가로 키워냈을 작가의 어머니가 이내 존경스러워졌다.

아! 그러고 보니 이 곳 군청카페 또한 발달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아니었던가. 카페의 질 좋은 서비스에 그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발달장애인의 예술작품을 보고 있노라니 2019년 9월, 미국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 시즌 14 우승’의 주인공 ‘코디 리’가 떠올랐다. 코디 리는 시각 장애와 자폐증이 동반된 중증 발달장애인이다. 일반인들이 가늠하기 어려운 장애를 안고 있었던 그가 우승을 차지하게 된 배경에는 가족의 헌신적인 사랑과 노력이 있었다. 어린 시절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 가족이 기꺼이 그의 손발이 되어 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가족의 사랑에 보답하듯 코디 리는 전 세계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뮤지션이 되었다.

2019년 기준 국내 발달장애인은 총 24만여명으로 울산광역시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 인구는 4921명이며, 이 중 1326명이 울주군에 살고 있다. 발달장애인들은 부모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므로 사회진출에 가장 취약한 장애로 분류되고 있지만 기존의 복지정책과 취업시스템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중에 필자는 지난 10월30일 발달장애인 사회 진출을 위한 국가 공모사업인 ‘발달장애인 가족창업 특화사업장 구축사업’ 울주 유치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가예산 12억5000만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으로 울주군은 사업 아이템 선정과 그에 따른 장소를 제공하고 운영비를 매칭 해 줌으로써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이다. 장애특성을 정확히 인지했다는 점에서 아주 창의적인 국비지원 사업이었기에 울주에 유치하고자 욕심을 낸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부모들은 이런 말을 했다. “사업에 참여 할 수 있게 된다면 올해 서른 된 아들에게 꼭 명함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발달장애는 해당 연령대에 이루어져야 할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그들의 자아실현 욕구마저 멈춰진 것은 아니다. 가족이 있다면 해 낼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장애는 불편한 것이며 극복의 대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장애를 극복의 대상이 아닌 상생의 문화로 전환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그런 점에서 ‘발달장애인 가족창업’은 장애를 상생의 문화로 전환시키기 위한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크고 작은 비장애인들의 노력과 장애인 가족들의 헌신이 함께 한다면 우리 울산에도 제2의 코디 리가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장애를 고용의 의무가 아닌,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인식하고 장애의 개별 특성에 맞는 상황과 일자리를 제공해서 장애인의 사회진출이 더욱 탄력을 받고 가족들의 시름을 덜 수 있기를 기대한다.

경민정 울주군의회 행정복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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