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UNIST(울산과학기술원)로부터 의미있는 소식 하나가 지역사회에 전해졌다. UNIST 1호 교원 창업기업인 (주)클리노믹스가 지난 4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것이다. 클리노믹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유전체 기반 암·질병 조기 진단기술을 사업화 한 김병철 창업자와 박종화 UNIST 생명과학부 교수가 공동 대표를 맡아 2011년 설립한 질병 예측·진단 전문 업체다.
클리노믹스는 유전체 진단검사 및 액체생검 사업을 통해 성장해 왔으며, 설립 9년만에 코스닥 입성이라는 결실을 거두었다. UNIST 개교 이래 교원창업기업이 상장한 것은 최초이자, 국내 4대 과학기술원이 공동 출자한 미래과학기술지주가 배출하는 첫번째 상장기업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클리노믹스는 매출액 41억원(작년 기준)에 직원 수 70명 안팎의 중소기업이나, 코로나19 시대에 맞춤예방의료와 진단키트 등 분야에서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기술혁신형 유망 중소기업이다. UNIST에는 클리노믹스 외에도 에스엠랩, 리센스메디컬, 클래스101 등 주목받는 교원 창업 및 학생 창업기업이 100여개나 있고, 이들 기업들은 활발한 기술개발 및 연구 활동을 하며 제2·제3의 클리노믹스를 꿈꾸고 있다.
이 같은 기술혁신형 중소기업들이 울산지역에서 설립돼 기술개발과 연구활동을 하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중후장대형 산업에 대기업·중소기업간 원하청 구조 중심의 제조업 도시 울산의 산업체질을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생태계 중심으로 바꾸는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UNIST가 없었다면 클리노믹스라는 회사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결과적으로 UNIST가 설립 개교하지 않았다면 클리노믹스를 비롯한 이 같은 기술혁신형 중소기업들도 애초 탄생하지 않았거나 설립됐더라도 울산 외 타 지역에서 둥지를 틀었을 것이다.
UNIST는 올해 개교 12년차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법인화 국립대학(울산과학기술대학교)으로 2009년 3월 개교한 뒤 2015년 9월 울산과학기술원으로 전환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개교 당시 허허벌판이었던 캠퍼스는 이제 학부생과 대학원생 4700여명에 교수 450여명이 재학·재직중인 국내 4대 과기원으로 성장했다. 영국 THE에서 발표하는 세계대학평가에서 UNIST는 올해 처음 200위권 내에 진입했고, 논문의 질을 평가하는 라이덴랭킹에서는 4년 연속 국내대학 1위를 기록하는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UNIST가 갈 길은 아직 멀다. 우선 KAIST에 50분의 1 수준에 그치는 부족한 발전기금 등 지자체의 지원 없이 대학 스스로 생존하기 위한 재원 확보 방안이 절실하다. 또한 지역사회와의 융합 및 기여도 부분에서도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이용훈 UNIST 총장은 얼마 전 가진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울산을 미래 제조혁신과 그린 뉴딜 사업 등 디지털 시대 경쟁력 있는 스마트 산업도시로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3대 주력산업의 동반 침체 속 기업과 인구의 탈울산이 가속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UNIST가 울산 산업 체질 변화와 신산업 육성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지 기대와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다. stevecha@ksilbo.co.kr
차형석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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