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양읍성내 건물 신축은 경북 고령군의 한 육류 도매업체가 추진하고 있다. 신축 장소는 옛 언양초등학교 부지 바로 뒤편인 동부리 236 일원이다. 업체는 이 곳에 연면적 99.36㎡ 높이 7.3m 규모의 한옥 건물을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2015년 4월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상변경 허가를 받았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신축건물로 연결되는 도로 개설 허가도 받았다. 당시 허가 조건은 사전 시굴조사였으나, 시굴조사를 한 결과 유구가 없다는 결과보고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문화재청의 최종결재만 받으면 건축에 들어갈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울주군은 이미 지난해 10월 건축신고를 접수하고 문화재청 등 유관 부처·부서 의견을 취합해 신고를 수리한 바 있다. 해당 업체의 건축 연면적은 100㎡ 이하로, 허가 대상이 아닌 수리 대상에 해당된다.
이 과정에서 울주군의 태도를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문화재청과 관련된 행정절차는 울주군이 알 수 없었다고 치자. 그렇지만 울산 최고의 문화재 중의 하나인 언양읍성 내 건축민원에 대해서는 담당 공무원이 마땅히 알았어야 했다.
지난달 19일 열린 군의회 행정복지위원회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언양읍성 내 사유지 건물 신축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정우식 의원에 따르면 이 업체는 2014년 공매를 통해 부지를 확보한 뒤 2015년부터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허가 신청을 하고 1년 단위로 이를 연장하면서 군 건축과에 신고서를 접수하는 등 서류를 7~8회나 접수시켰다. 그런데도 군은 아무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언양읍성 종합정비계획이 한창 진행 중이던 올해 7월 공원일몰제로 언양읍성 내부가 공원구역에서 해제된 이후 건축이 추진되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언양읍발전협의회 등 주민들은 언양읍성 내 건축과 관련해 서울주 6개 읍면과 연합해 반대의사를 표명했지만 이렇다할 대책은 없는 형편이다. 울주군이 언양읍성을 복원한답시고 옛 언양초등학교를 이전시키는 등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엉뚱한데서 공든 탑이 무너지고 있다. 한켠에선 정부 예산을 들여 읍성을 복원하고 한켠에서는 민간이 새건물을 짓는 이상한 형국이 언양읍성안에서 곧 벌어질 조짐이다. 울주군은 건축이 더 이상 진행되기 전에 하루빨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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