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울산시장과 박태완 중구청장, 정천석 동구청장, 이동권 북구청장, 이선호 울주군수, 박병석 울산시의장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선출직이 아닌 박순철 남구청장 권한대행은 시장 의사를 좇아가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기초단체장들은 타 지역과의 회의에서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시청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가덕도 신공항 지지선언을 했다.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신공항이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처럼 포장해 빠르게 기정사실화하고자 하는 민주당의 정치적 요구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울산시민들의 여론이 과연 이들 단체장들과 같은가이다. 공식적인 여론수렴 절차가 없었으니 정확한 여론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가덕도신공항이 결코 울산시민들에게 유리한 패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애초에 동남권신공항 후보지로 거론된 밀양에 비해, 세계적인 용역업체를 통해 결정된 김해공항에 비해 실질적인 거리가 훨씬 멀기 때문이다. 지금 도로 형편이라면 가덕도보다는 오히려 KTX에 의한 정시성이 보장되는 인천공항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울산사람들에게는 허울만 그럴싸할 ‘동남권 신공항’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단체장들은 접근성 향상을 위한 도로 개설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가덕도 신공항을 중심으로 한 남부권 광역급행철도인 GTX와 울산~부산 광역철도, 울산~양산~가덕도 신공항 연결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확약은 없다. 도로 개설에는 엄청난 예산과 기간이 필요하다. 아직 도로 개설을 말할 단계도 아니다. 그렇다면 ‘도로 개설이 전제되기 전까지는 반대한다’고 하는 것이 우리의 의도를 더 명확히 드러내는 의사 표명이 된다. 반대라는 용어가 정치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지역민의 편의를 고려해 찬반의사 표명을 유보하겠다고 하는 정도가 맞다. 아니, 최소한 의사표명에 앞서 공식적 여론수렴은 했어야 한다.
동남권신공항의 입지는 울산시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울산이 동남권메가시티의 변방이 될 가능성에 크게 한몫을 더할 수 있다. 단체장들의 섣부른 정치적 의사표명이 울산의 앞날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되짚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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