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명절에 처남과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에게 학교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묻기에 교무부장을 한다고 했더니, 처남은 ‘부장’이라는 말에 내가 승진이라도 한 줄 알았는지, 크게 축하해주었다. 그런 게 아니라며 손사래 치기도 이상해서, 나는 머쓱하게 웃고만 있었다. 그리고 속으로 학교 사정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부장’이라는 단어보다는 ‘교무’라는 단어에 더 집중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밑이다. 학교는 2021학년도 인사로 조금 어수선하다. 처음 교무부장을 맡았던 2018년을 떠올려 보았다. 당시 3월 개학을 앞두고 교감선생님께 여쭈어 교무부장에게 필요한 공문과 매뉴얼을 몇 번이고 읽었다. 그런데 교무부장은 공문과 매뉴얼로만 업무를 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어찌 보면 교무부장에게 가장 큰 업무는 관계와 소통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었다. 여차저차 3년이 지났다. 결과는 모를 일이지만, 12월을 앞두고 내년에는 교무부장 업무를 다른 선생님께서 맡으셨으면 좋겠다는 뜻을 교장, 교감선생님께 정중하게 전했다. 돌아보면 교무부장 역할을 그리 잘한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게으름은 피우지 않았기에, 3년이면 도리는 했다고 생각했다.
어느 학교 할 것 없이 교무부장 찾기가 어렵다, 학생부장 찾기도 어렵다고들 한다. 담임교사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해서 특정 교사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옳은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본연의 업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울산광역시교육청의 ‘교육활동 중심 학교업무정상화’ 정책을 지지한다.
지난해부터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학교업무정상화TF팀을 구성하고, 우리 학교만의 업무분장 안과 인사 규칙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여전히 흉내 내기 수준이지만, 올해도 각 부서별 협의를 시작으로 그 흉내 내기를 시작했다. 교육청에서 준비한 연수를 들을 때는 한번 해보면 되겠다 싶었는데, 막상 하려니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연수에서 ‘학교 업무는 1/N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줄여가는 것’이라는 말을 가장 인상적으로 들었는데, 어느새 업무분장서에는 각종 업무들이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다.
각 학교만의 실효성 있는 업무분장 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구성원들 간의 협의와 합의일 것이고, 이것이 교육활동 중심의 학교 운영을 위한 시작일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모든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고, 각자가 명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민주적 토론과 협의 문화가 학교에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손규상 천상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