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는 국민의 건강한 삶,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해 2018년 3월 도입됐다. 2018년 7월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시작된 이 제도는 올해 1월부터 50~299인 사업장까지 확대하기로 했으나 준비 부족으로 시행이 1년 미뤄졌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부터 주 52시간제를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며, 이를 위반할 시 처벌 등 각종 제재를 받게 된다.
이날 사내협력사 대표들은 “주 52시간제가 확대 시행되면, 2000여명이 넘는 추가 인원이 필요하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 등으로 협력사들의 부담이 천문학적으로 늘게 됨에 따라 이를 버틸 수 있는 협력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 52시간제는 소위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좋은 취지로 시작됐으나 서둘러 적용하기엔 현실적 어려움도 적지 않다.
조선업이 이제 막 일어서는 시점에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면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 등 중소기업들은 경영난에 봉착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2시간 초과 근무업체 218곳 중 83.9%가 준비가 덜 됐다고 응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 52시간제를 밀어붙이면 중소기업은 일감을 포기해야 한다.
사내협력사 대표들은 “근무시간이 단축되면 당장 협력사 근로자들의 연장근로가 줄어 실질임금이 평균 20% 가량 하락하고, 이는 가뜩이나 수급이 어려운 조선 기술인력 이탈을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내협력사들의 주장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저녁의 삶, 워라밸 등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제도 자체가 오히려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사들은 최근 선박 수주량이 늘어나면서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런데 모기업을 떠받치고 있는 사내협력업체들이 주 52시간제로 인한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버린다면 우리나라 조선산업 전체에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억지로 밀어붙인다면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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