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코로나19가 가져온 지역균형발전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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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코로나19가 가져온 지역균형발전의 기회
  • 경상일보
  • 승인 2021.01.18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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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이동 없이 교육·쇼핑 등 경험
공간 경직성 탈피한만큼 경쟁력 갖춰
좋은 환경 가진 여러 도시 공생 기대
▲ 이주영 울산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 연구위원·도시계획기술사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옛말을 보면, ‘서울’이란 곳은 예로부터 인구가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던 것 같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부터 이미 인구 1위 도시인 서울이 2위 도시인 부산 인구의 두 배를 넘어서 종주도시가 되었고, 그 격차는 더욱 더 커져 현재는 약 3배에 이른다. 이에 더하여 인구 집중은 서울에서 그 공간적 범위가 넓어져, 인구 10위권 도시에 경기도 3개의 기초시를 포함하여 5개의 도시가 수도권에 위치한다. 종주도시 서울이 아닌 종주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격차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10여년전부터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다양한 지방도시의 개발과 기능분산 정책을 시행했으나 인구의 집중현상은 더 심화되고 경제, 문화, 교육, 복지의 지역간 격차는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물리적인 도시개발과 몇몇 공공기관의 이전이 균형된 지역발전을 견인하려면, 지방도시로 이전한 기능과 역량이 지역의 자원 및 잠재력과 연계돼 경쟁력을 갖추어야하나 아직 그 단계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성장과 국가균형발전의 목표가 이뤄지기 전에 지역의 인재와 자원이 종주도시로 더욱 더 흡수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도시들이 교통수단의 발달로 짧아진 시간거리로 인해 종주도시로의 집중이 더욱 강화되고 종주도시권의 확대를 가져온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물리적 공간이동 없이 업무와 교육, 문화향유, 쇼핑이 가능함을 경험했고, 정보의 접근과 기회가 평등하다면 물리적 위치가 더 이상 활동의 제약요건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 그리고 직업과 교육에 의해 거주지가 결정되는 것이 좀 더 자율성을 얻게 됐다.

재택근무, 화상회의, 비대면 교육, 사이버 쇼핑 등으로 당장의 공간적 경직성은 탈피할 수 있으나 이것이 거주지 입지결정으로 이어지려면 정주환경의 질이 큰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또한 심리적으로 경계되던 비대면의 새로운 시도가 감염병으로 인해 강제화되어 순기능으로 작용되어야 한다. 감염병 퇴치 이후에도 강제화된 새로운 환경의 습득이 지속되려면, 정보와 교육접근성이 균형되고 다양성에 대한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수용이 전제되어야 하며, 지역이 가지는 강점이 있어야 한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시간거리가 짧아진 각 지역들의 기능과 문화가 종주도시로 흡수되지 않기 위해서는 각 지역들이 고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지방고유의 특성인 지역성은 타지역과 구별되지만, 지역내에서는 폐쇄적인 현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성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외적으로는 균형된 기회와 내적으로는 개방성 확보, 이에 바탕을 둔 정주환경의 질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통해 각 지역은 공간적 입지 한계를 극복하고 대등한 경쟁을 통해 상생 발전하는 도시가 될 수 있다. 지역인재와 지역문화를 포함한 지역자원을 지킬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정책과 같이 종주도시에서 열위도시로 자원과 기능의 배분과 지원이 아닌 지역성에 기반한 경쟁을 통해 함께 발전하는 도시관계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영남권 및 동남권 등 울산과 인근 부산, 경남지역을 권역화하는 것은 수도권과 영남권을 상생할 수 있는 구조로 보는 것이고, 영남권내에서 또한 각 도시가 정주환경의 질을 확보해 지역의 인재를 길러내고 정착하며 지속적으로 계승해 서로 경쟁력을 가지면서 상생하는 구조가 가능하다.

균형발전은 수도권과 지방의 대칭적 관계가 아닌 다수의 도시가 각각의 특성에 기반한 도시경쟁력을 가지고 상생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더 이상 사람을 서울에 보내지 않아도 되는 여러 좋은 환경을 가진 여러 도시의 공생을 기대한다. 이주영 울산연구원 미래도시연구실 연구위원·도시계획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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