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막 불과 일주일 앞두고
울주군, 부득이하게 결정
소 25마리 분량 이미 도축
피해액 5억원대 달할 전망
손실보존책 없어 상인 분통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불똥이 봉계한우불고기축제로 튀었다. 돼지열병 확산을 우려한 정부의 권고에 따라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축제가 전격 취소돼 봄부터 축제를 준비해 온 봉계한우불고기단지 상인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
울산 울주군은 25일 ‘2019 봉계 한우불고기축제’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군은 봉계한우불고기축제 추진위에 취소 사실을 전화로 통보했고, 조만간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군은 경기도와 인천 등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나거나 의심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는 가운데 정부가 축산인 및 축산관련자 등의 각종 행사·모임 자제를 요청해 옴에 따라 축제 취소를 결정했다.
군은 돼지열병 방역에 집중하기 위해 오는 10월1일 개최 예정이었던 ‘제16회 울주군 농촌지도자 한마음 전진대회’와 10월30일 개최 예정이었던 ‘축산인 한마음 대회와 함께하는 햇토우랑 대축제’도 함께 취소했다.
군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유입을 사전 예방하는 차원에서 부득이하게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며 “한우 소비 촉진과 민원 최소화를 위해 대주민 홍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축제 개막을 불과 일주일 남겨두고 행사가 취소됨에 따라 올해 봄부터 축제를 준비해 온 봉계한우불고기특구 상인들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 지난주 울산을 강타한 태풍 ‘타파’ 당시 파손된 구조물 등을 보수하던 이들은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한우 도축분 처리다. 축제추진위는 축산농가와 계약을 체결하고 이미 25마리 분량의 도축분과 갈비 160짝을 전달받았다. 도축분을 타지에 넘기려 해도 올해 처음 시도하는 한우 육포 제작 등에 일부 물량을 사용해버려 팔 수도 없는 상태다.
소값은 물론 도축 과정의 정형비와 운송비 등을 포함하면 피해액은 약 5억원선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축제 준비를 위해 투입된 예산도 고스란히 손실 처리해야 할 형편이다. 군이 보조금 명목으로 1억7000만원을 지원했고, 특구번영회가 1억원을 추가 투입해 행사를 준비했는데 축제 무산으로 이 비용을 모두 날릴 판이다.
군은 보조금을 중간정산해 잔액이 발생하면 소비 촉진에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대부분의 예산이 투입됐고, 행사 취소에 따른 위약금까지 물어야 해 남는 돈은 고사하고 오히려 추가 비용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특구번영회 소속 업소 40여곳이 모두 축제에 참석하기로 하고 비용을 분담하는 만큼 업체당 손실액은 1500만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군이 정부의 방침을 따랐다고는 하지만 행정 차원에서 민간이 주도한 축제를 일방적으로 중단했음에도, 손실 보전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않아 상인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10월2일부터 6일까지 예정된 횡성 한우축제가 상인들의 피해를 우려해 예정대로 진행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병국 봉계한우불고기축제추진위원장은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차단을 위해 축제를 취소한다니 반대할 명분은 없다”면서도 “군이 축제를 위해 상인들이 투입한 노력과 예산에 대한 부담은 함께 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