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새 3226억원이나 급증
불황에 지방세수 갈수록 감소
예산요구안 5700억원도 칼질
소방인력 증원비용 미반영 등
대부분 사업 축소·미반영
市 내년 지방채 600억원 발행
3년째 발행 부채 1900억 전망
울산에서도 복지 예산 1조원 시대가 열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복지정책 강화에서 비롯됐다. 양극화 해소와 사회 안전망 구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울산시 ‘곳간’은 비상이 걸렸다.
복지 예산이 매년 빠르게 증가하는 데다, 경기침체로 지방세수까지 감소하면서 ‘재정 절벽’에 이르렀다. 5700억원에 달하는 예산요구안이 칼질됐고, 신규사업은 물론 소방직 증원도 줄줄이 유보됐다. 2020년 당초예산의 질이 나빠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울산시는 2020년 당초예산안에 사회복지 예산을 1조578억원(전체 예산 대비 비율 33.8%) 편성했다고 11일 밝혔다. 2019년 9591억원(〃·32.5%)에 비해 987억원 늘었다. 2018년 8482억원(30.9%), 2017년 7352억(28.7%)등 예산규모는 물론 비중까지 급격한 증가세다. 4년간 무려 3226억원이나 늘었다.
울산시는 중앙정부 주도의 복지 확대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는 분위기다. 복지 사업 상당수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부담하는 ‘매칭’ 방식이어서 늘어난 복지 예산 만큼 지자체도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0년 예산안 기준으로 울산시가 부담해야 하는 비율은 30%로 3000억원 상당이다. 가용재원이 넉넉한 시기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기업들의 실적악화와 부동산 거래절벽에 따른 지방소득세와 취득세 등 세수감소가 뚜렷한 현재의 울산시에는 크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울산시의 내년도 지방세입 추계 분석결과, 취득세는 17.1%, 지방소득세는 11.1% 감소하는 등 전년대비 520억원이 줄어든다. 울산시 살림살이에 직격탄이다.
예산편성안을 보면 어려운 재정상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울산시 실무부서가 예산담당관실에 요청한 총액은 일반회계 기준 3조7000억원이다. 그러나 예산담당관실은 5681억원을 칼질해 3조1319억원만 반영했다. 예년 삭감액이 2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에 비하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울산외곽순환도로 등 국가의존재원으로 분류되는 정부 매칭사업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은 축소하거나, 미반영 처리했다. 전액 시비가 들어가는 사업은 울산일자리재단 설립 출연금 등 17건만 온전히 반영됐다.
민주노총 노동화합회관 건립비(70억원), 재경학사(50억원), 생물자원 종합센터 건립(42억원), 제2시립노인복지관 건립(137억원) 등 굵직한 신규사업들이 줄줄이 삭감됐다.
또 중앙정부 정책에 따라 소방본부가 신청한 120명의 소방인력 증원비용 60억원도 전액 미반영했다.
내년도 예산안도 빚을 내고, 정부에 교부세를 받아내 겨우 짜맞췄다.
울산시는 내년도에 6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한다. 2018년 600억원, 2019년 700억원에 이은 3년 연속 발행으로, 지난 2017년 채무제로를 달한 지 3년만에 울산시의 부채가 1900억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울산시는 정부에 지역의 어려운 재정여건을 반영해 보통교부세를 늘려줄 것을 강력 건의했다. 그 결과 4464억원의 보통교부세를 확보했다. 2019년 3600억원 대비 864억원(24.0%) 늘어난 금액으로 이번 예산편성에 소중한 재원이 됐다.
문제는 복지사업이 앞으로 줄일 수 없는 계속사업이라는 점이다. 복지사업 규모가 향후 10년간 2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경제가 재빨리 살아나지 않는다면 지방재정이 갈수록 열악해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뜩이나 가용재원이 열악한 중구와 동구 등 기초단체는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정부 재정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레 나온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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