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메리칸 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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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메리칸 팩토리
  • 경상일보
  • 승인 2021.07.0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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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환 울산광역시 일자리경제과장

올해는 ‘미나리’, 작년에는 ‘기생충’이 4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면서 할리우드 영화계에 한국에 대한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 있었다. 장편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아메리칸 팩토리’다.

영화는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에 있는 GM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시작한다. 러스트벨트의 다른 도시들이 그랬듯 대기업이 떠나고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진 지역경제는 우울 그 자체다. 그러던 차에 희소식이 들려온다. 중국 자동차유리 제조업체가 옛 GM공장을 사들여서 ‘미국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데이턴 사람들은 도로이름까지 ‘푸야오 애비뉴’로 바꿀 정도로 새로운 희망에 열광한다.

그러나 중국식 생산방식에 익숙한 중국기업이 미국인 직원들을 고용해 ‘미국 공장’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녹녹한 일이 아니었다. 중국인 관리자들 입장에서는 미국 직원들의 생산성이 너무 낮게 보였고, 미국 직원들은 중국기업의 집단주의적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한쪽은 신설공장을 빨리 안착시키기 위해, 한쪽은 절박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서로를 이해해 보려고 애쓴다. 영화는 이 과정에서 일어난 갈등과 사건들을, 제작자로 참여한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말처럼 “특정관점에 빠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은 마지막 장면에 있다. 회사는 어떻게든 각자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두 그룹의 노동자들 대신 기계로 생산을 대체하고 있다. 공장 관리자는 회장에게 “이 라인은 이번에 도입하는 기계로 4명이 필요 없어질 겁니다. 저쪽은 이미 전자동입니다”라고 보고한다. 영화는 중국 공장과 미국 공장에서 출퇴근 하는 노동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비춰 주면서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3억7500만명이 자동화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멘트로 마무리된다. 영화 내내 지켜온 중립을 넘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시장의 지각변동’은 우리 모두에게 닥칠 문제임을 말하고 있다.

이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울산으로 돌아오자. 세계 최대 자동차공장이 위치한 우리 울산의 자동차부품산업이 당면한 미래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1일 정부는 “전기·수소차 비중이 2019년의 3%에서 2030년 33%로 확대될 경우 내연기관 전속부품기업의 900개, 일자리 3만5000개가 사라진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내놓았다. 또한 실태조사 결과 “부품업체의 81.6%가 미래차 대응계획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울산지역만 놓고 어림셈을 해보더라도 지역 자동차부품산업 일자리 중 약 5500개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물론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으로 배터리, 전기전자, 소프트웨어 등 분야에서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하지만 엔진관련 부품 생산업체가 주류를 이루고 전장부품 생산 비중이 낮은 울산의 자동차부품산업과 그 종사자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것이 자명하다.

‘다가올 자동차부품산업의 고용충격을 어떻게 최소화 할 것인가?’ 이 화두를 앞에 두고 울산시 노사민정은 계속 머리를 맞대 왔다. 지난해 지역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 화백회의’와 자동차산업에 특화된 ‘자동차산업 노사정 미래포럼’이 출범하면서 논의가 본격화 되었으며, 올해 4월 고용노동부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 사업에 선정되어 추진동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이번에 선정된 ‘울산 일자리 4.0’ 프로젝트는 ‘울산일자리재단’을 총괄 사무국으로 하여 5년간 총 412억원을 투입해 전직교육, 미래차 기업지원, 실퇴직자 고용서비스 등을 통해 66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달 3일 사업을 총괄하는 ‘고용안정지원센터’가 북구 진장디플렉스에 개소해 고용서비스를 시작했으며, 10개 인력양성, 기업지원 사업들도 참가모집을 진행 중이다.

기존에 분절적으로 시행되던 일자리정책과 산업정책을 연계하려는 새로운 시도이며, 지역 노사민정이 일자리문제 해결에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모델이기도 하다. ‘울산 일자리 4.0’ 프로젝트가 대한민국 일자리 정책의 성공사례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

이영환 울산광역시 일자리경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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