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는 백신 접종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에서 일명 ‘부스터 샷’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무총장은 “현재 우리의 우선순위는 접종과 보호를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어야 하기에 모더나와 화이자는 접종률이 높은 국가에 부스터 샷 공급을 우선시하기보다 아프리카 등 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공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은 3차 추가접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타사보다 예방 효과가 높다는 이유로 백신 가격을 올리며 국가들에 공급계약을 발표했다. 시민단체들은 백신제작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으니 가격을 낮추고 특허기술을 공유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백신의 양극화를 보면서 세계의 양극화 현상을 걱정한다. 빈부의 차이와 복지의 양극화가 심각하다. 양극화의 주요한 악화요인으로 전쟁이 있다. 그리고 난민은 그 중심에 있다. TV 공익광고에서 유니세프 등이 세계인들의 기부를 호소하는 영상에서 아사 직전의 아프리카 아이, 포탄에 부모를 잃은 가족의 절규가 떠오른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2640만 명의 난민과 4800만 명의 실향민을 포함해 전 세계 강제실향민 수는 8240만 명으로 9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리아, 예멘, 베네수엘라,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미얀마의 국민이 유랑하고 있다. 10년이 된 시리아 내전은 인구의 3분의 2인 1500만 명이 구호가 필요하게 되었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갔다. 이제 아프가니스탄의 난민들이 필사의 탈출을 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은 석유가 있는 중동으로 남하하려는 러시아와 이를 견제하는 열강의 대리전이고 아프가니스탄 내전도 소련 10년, 미국 20년의 점령에서 보듯 강대국의 국익을 위한 전쟁이었다. 이로 인해 난민이 된 그들의 삶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이들은 자국의 정부로부터 버림받았고 미국 등 강대국의 로켓으로 집과 가족을 잃었고 무장이슬람 단체에 의해 고향을 떠나게 된 이들이다.
난민이 과연 남의 일에 불과할까? 들판에서 무리지어 지내며 백신조차 접종을 못하다 전염병의 변이를 거듭하는 온상이 된다면 부메랑처럼 세계에 그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사회복지 최상인 국민이 있고 삶의 터전조차 전쟁의 포화와 식량난으로 떠나야 하는 국민도 있는 것이 양극화의 현실이다. 게임의 규정을 강한 나라가 독점하면 양극화는 필연적이다. 강대국의 식민지가 되어 수탈을 당한 후 독립된 신생국들은 독재와 내전을 겪어왔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군비가 증가하고 전쟁은 기획되고 유도된다. 군수와 제약 방면 다국적기업의 매출이 작은 나라 GDP의 몇 배가 되어 그 경제를 쥐고 흔들 수도 있다. 공동체의 법칙을 깬 일부 인류는 전쟁 이외에도 미세먼지로 지구를 덮어서 심각한 온난화를 자초했다. 몇십 년 뒤에는 우리의 남해안이 물에 잠길 것이란 예측은 돌이키기 힘든 과학적 경고이다. 전염병 바이러스의 치명률은 몇%이지만 기후변화는 소행성 충돌과 같은 인류멸망을 초래하는 재앙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금의 신종전염병 사태를 예견하였던 <총·균·쇠>의 저자 제레미 다이아몬드는 국가 간의 빈부격차는 전 세계적인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30년 이내에 전통사회의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지 못하면 인류의 생존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개인은 아프리카 어린이의 한 끼 식사와 시리아 동네의 우물을 파기 위해 기부금을 보낼 수 있지만, 백신의 세계적 수급균형과 군비감축,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은 더욱 절실하다. 문재인 정부가 제안해 유엔 지정 기념일이 된 ‘푸른 하늘의 날’인 9월7일에 문 대통령이 온실가스 배출 규제와 탄소 제로 행동을 위한 정부 목표를 제시하고 공동체의 노력을 촉구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한치호 마인드닥터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