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F 2021, 지금 현장은!]철제우리 속 식어버린 유해 생명과 죽음의 과정 그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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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F 2021, 지금 현장은!]철제우리 속 식어버린 유해 생명과 죽음의 과정 그려내
  • 홍영진 기자
  • 승인 2021.10.26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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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화강 둔치 철제로 만든 대형 우리 속에 동물의 뼛조각으로 추정되는 덩어리들이 있다. 미국인 작가인 해롤드 멘데즈는 작품을 통해 갈등의 서사를 보여주고자 한다.

태화강 둔치에 난데없이 철제로 만든 대형 우리(cage)가 놓였다. 그 속에 갇힌 건 생물이 아니라, 오래 된 동물의 뼛조각 혹은 하얗게 백석화 한 덩어리들이다.

희안한 현상은 이 작품 앞에는 항상 까치와 떼까마귀처럼 태화강 둔치의 조류들이 자리한다는 것이다. 철제 우리 속에 놓여있거나 혹은 끈에 매달린 채 대롱거리고 있는 작품 속 파편들이 먹잇감처럼 보이는 건 지, 아니면 인간이 생각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세계와 공감대가 있는 건 지 알 길은 없다. 다만 거의 매일 이 공간을 산책한다는 한 시민은 “아침 나절, 수십마리 새떼가 이 곳을 에워싸고 있는 걸 봤다”고 알려줬다.

미국인 작가인 해롤드 멘데즈는 새장 같은 이 작업을 오랫동안 선보여 왔다. 그는 이를 통해 갈등의 서사를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는 작품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철제 우리 속에 부서지고 망가진 동물 조각들을 하나씩 넣어놨다. 작가는 그 것들을 폭력이나 시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 아예 모든 것을 포기한 그 무엇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두 손을 들어 굴복한 뒤 철제 우리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 속에서 차갑게 식어버린 ‘유해’는 그들 또한 어떤 갈등의 목격자였음을 우리에게 강렬히 일깨워준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라져 간 동물들이 영원히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실제로 작품 속에 설치된 뼛조각은 울산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의 협조를 받아 울산지역에서 자연사 한 야생 조류종인 회색머리아비와 중대백로의 것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기념하고자 하는 생명과 죽음, 그리고 생사의 반복 과정을 태화강에서 서식해 온 동물의 뼈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작품 옆에는 활동 취지를 알려주는 안내판도 세워져 있다.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고 야생동물의 유전자원 확보와 복원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함께 공존하는 생태환경도시 울산을 만들고자 합니다. 구조가 필요한 동물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병든 동물을 발견하면 즉시 연락해 주세요. 256·5322~3’. 글·사진=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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