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 해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문화예술분야의 모든 국제교류가 취소됐다. 이런 가운데 울산미술협회는 20여년 째 이끌어 온 ‘한중미술교류전’을 비대면 방식으로 어렵사리 추진했다. 하지만 울산지역 미술계 내부에서 수년 전부터 제기돼 온 한중미술교류전 무용론이 다시 흘러나오며 ‘한중미술교류전으로는 더이상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참에 지역미술의 확장과 도전을 위한 새로운 국제교류를 모색해야 한다’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중미술교류전’은 울산시와 중국 장춘시가 자매결연을 맺은 것을 기념해 울산시의 예산지원으로 울산미술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올해 26회차 맞는 이 행사는 애초 울산 미술인들이 중국 장춘으로 미술품을 들고 가, 그 곳 전시장에서 합동전시를 마련하여, 두 도시의 미술작가 친목과 미술문화 공유를 도모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장춘 미술인들을 울산으로 초대 해 그들의 미술품을 울산에서 일정기간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에는 한해 걸러 한번씩 울산미술인들이 장춘으로 건너가고, 장춘 미술인이 울산을 방문하는 징검다리 교류행사를 지속했다.
하지만 두 지역 미술인의 비슷한 작품전이 20년 이상 해마다 반복되다보니 이 행사를 주관해 온 울산미협 내부에서조차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국제교류행사는 그만둬야 한다”는 비판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수년 전 지역미술의 국제교류 보폭을 넓히기 위해 한중일 및 아시아권에서의 전시를 추진(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예산부족과 회원들간 온도차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한중미술교류전은 코로나로 인해 울산과 장춘 그 어느 곳에서도 대면하지 못한 채 서로의 작품 이미지를 파일로 주고받아 전시하는 행사로 전락했다.

지난 9~10월 장춘에서 진행한 한중교류전은 울산지역 미술작품 파일을 메일로 보내고, 이를 인쇄한 작품을 전시공간에서 보여주는 행사였다.
뒤이어 11월 시작된 울산 전시는 아예 전시공간도 없다. 두 도시 미술작가의 작품들을 QR코드화 한 뒤 이를 문자나 SNS 등으로 공유하여 휴대폰 화면으로 감상하도록 안내하는 중이다. 울산작가 작품은 한국화, 서양화, 수채화, 조각, 공예·디자인, 서각, 서예(한글,한문), 문인화, 민화 등 총 154점이고 장춘 작가 작품은 137점이다.
이를 두고 “무슨 디지털 사진전도 아니고, 회화나 문인화 등 미술품을 파일로 보내, 이를 프린트 한 작품을 보여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성토가 나온다.
한중미술교류전의 출발은 울산과 장춘 양도시의 미술문화 흐름을 가늠하며 양국의 작품을 통해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시민들에게 예술에 대한 인식의 폭을 확대하는 자리로 출발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없이 반복되며 타성에 젖게 되면서 점차 더이상 기대할 것 없는 무늬만 국제교류행사로 전락, 주관단체 회원들조차 외면하는 행사가 되고 말았다. 초심으로 돌아가 애초의 취지는 살리되 좀더 다양한 미술작가군을 섭외하고, 새로운 현대미술 영역을 아우르며, 어느 한 도시만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교류도시를 확장시키는 등 특단의 시도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새나오는 이유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