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색 정장에 국민의힘 상징색인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윤 당선인은 가느다란 지시봉으로 조감도 속 건물을 하나씩 짚으며 약 5분간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관한 대국민 프레젠테이션(PT)을 했다.
8분20초간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 전문을 읽은 뒤엔 30분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으며 적극적인 설명에 나섰다. 취재석에서 쏟아져나오는 질문을 제한하지 않은 채 즉석에서 일문일답 하는 식이었다.
윤 당선인은 총 45분여간 이뤄진 집무실 이전 계획 발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또 국민과의 소통 접점을 넓히고 용산공원을 조성해 기존 청와대와 국방부 청사 인근 부지를 국민들께 돌려드린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기자회견 전문과 답변을 통틀어 ‘결단’(3회), ‘제왕적’(6회), ‘돌려드린다’(9회), ‘소통’(11회), ‘국민’(40회), ‘공원’(13회) 등의 단어를 여러차례 언급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의 이해를 구한다”고 말한 데 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중에도 “제가 직접 나서서 국민 여러분께 이해를 구한다”며 두 차례 더 반복했다.
윤 당선인은 “미군기지 반환 시기는 6월 전쯤 되는 것 같다. 반환 즉시 시민공원으로 전부 개방하고, 국방부 구역도 개방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사에 대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만 펜스를 설치하고 여기까지 시민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할 생각”이라고 했다.
조감도 밖에 위치한 미군기지 내 주거시설,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언급할 땐 국방부 청사 남쪽을 향해 손짓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여기 공원을 이렇게 만들게 되면, 잔디밭에서 결혼식도 할 수 있다. 용산구역이 전체 한 100만평 정도 된다. 시민들께 공원으로 돌려드리는 구역인 청와대가 7만7000평이다. 서울에 과거 이런 공원이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광화문 시대’ 공약을 뒤집고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는 방식을 제왕적으로 한단 말씀이신데, 결단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일단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또 “이 사안이 아니더라도 어떤 사안이든지 국민들께서 궁금해하시고 직접 설명해 드리는 게 필요하면, 국민을 한 분 한 분 만나는 게 어렵다면 기자 여러분과 언제든지 만나겠다”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이 대목에서 집무실이 있는 국방부 청사를 조감도에서 재차 가리키며 “지금 청와대는 춘추관(기자실)하고도 거리가 꽤 되죠? 저는 이 건물 1층에 기자실을 배치해서 여러분께서 보안수칙만 잘 지켜주신다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저 역시도 1층에 가서 여러분들과, 또 여러분들을 통해 국민들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소통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을 광화문에서 용산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풍수지리·무속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는 취지의 질문엔 “대선 과정에서도 나왔지만 무속은 뭐 민주당이 더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라며 헛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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