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혁은 2020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까치’로 데뷔했다. 이후 또다른 공모전과 문예지에 ‘세탁’ ‘앞니’ ‘귀환’ 같은 단편을 여러 편 발표하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오다 이번에 처음으로 장편을 낸 것이다. 정통 하드보일드 장르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건조한 분위기와 그 속에서 펼쳐지는 숨 막히는 긴장감을 능숙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의 첫 장편에 대해 문단은 ‘차가운 불꽃 같은 정통 하드보일드 장르의 귀환’이라고 평가한다.
‘누아르’는 범죄 세계와 범죄 세계의 인물들을 스토리의 주연으로 한 작품을 포괄해 부르는 말이다. ‘하드보일드’는 이러한 작품에서 범죄와 폭력을 그 어떤 견해 없이 건조하게 표현하는 스타일을 일컫는다. 하드보일드는 특성상 누아르와 결합하기엔 쉽지만, 언제나 누아르일 필요는 없다. 다만 영화 ‘복수는 나의 것’(감독 박찬욱)이나 ‘기생충’(감독 봉준호)처럼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볼 수 있을 것 같은 범죄의 경계선에 선 사람들이 이야기의 주체가 될 때, 하드보일드의 건조함과 비극성은 극대화한다.
홀로 아픈 엄마를 모시면서 불어나는 병원비와 생활비를 메우고자 불법 콜택시를 시작한 주인공 수현이 충동적으로 현금 수송 차량의 현금을 탈취하면서 일상의 궤도에서 튕겨져 나간다. 그리고 4년마다 정차하는 비극의 협궤열차에 몸을 싣는다. 작품은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2월29일을 중심으로 수현의 삶과 변화를 관조하고 조명하면서 담담하게 파국을 담아낸다. 윤년에만 돌아오는 2월29일 불법 콜택시를 하며 병든 엄마를 돌보던 ‘수현’은 포커 사이트에서 우연히 알게 된 ‘현채’와 만난다. 경찰의 총을 갖고 있던 현채를 보고 기구한 현실에 돈이 절실했던 수현은 그녀와 함께 은행의 현금 수송 차량에서 현금을 탈취한다. 그러나 어설픈 탈취 과정에서 은행원이 총에 맞아 죽고 현채가 ‘매 2월 29일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기면서 모든 게 뒤엉키기 시작한다.
작품은 수현의 삶과 변화를 관조하고 조명하면서 담담하게 파국을 담아낸다. 건조하지만 긴장된 이야기에 독자의 감정까지 절로 억제되지만, 작품의 끝에 다다르면 억눌렸던 감정들이 둑이 터지듯 강렬한 여운으로 가슴을 적시게 된다. 고즈넉이엔티.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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