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학번 소외받는 대학가 ‘중고 새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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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학번 소외받는 대학가 ‘중고 새내기’
  • 정혜윤 기자
  • 승인 2022.04.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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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가운데 21일 울산대학교 내 북카페에서 학생들이 과제를 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동아리 가두모집에서 나이랑 학번으로 여러 번 퇴짜맞았어요. 20학번 3학년이지만 학교도 처음 와보고 동아리도 한 번도 해본 적 없어서 들떴는데, 고학년이라고 동아리 가입도 제대로 못해서 서럽네요.”

울산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정민씨는 흔히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는 20학번 대학생이다. 김씨는 지난달 3년만에 열린 동아리 가두모집 행사에 부푼 마음을 안고 참여했지만, 새내기 위주로 받는 동아리들 속에서 학번이 높다는 이유로 들어가고 싶은 동아리에 들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757일만에 전면 해제되면서 울산 대학가에서도 동아리, 대면수업, 축제 등 크고 작은 행사가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 2~3학년(보통 20~21학번) 학생들은 처음 맞는 대면 대학생활에 고군분투 중이다.

이들은 신종코로나 유행 때 입학해 대학 단체 생활·행사를 거의 경험하지 못했다. 고학년이지만 학과사무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며 대학생활 꿀팁을 묻는 말에도 대답하지 못하는 이들은 스스로를 ‘미개봉 중고’라고 부르기도 한다.

별다른 스펙도 쌓지 못하고 고학년이 돼, 뒤늦은 취업준비로 캠퍼스의 낭만을 느끼기도 바쁘다.

울산대 20학번 이다혜씨는 “거리두기가 풀리자마자 그동안 못했던 봉사학점도 채우고 대외활동도 하면서 부랴부랴 스펙을 쌓고 있다”며 “학교생활에 적응하면서 동아리, 학생회 등에 참여하기도 바쁜 와중에 취업 고민까지 갑자기 닥치니 막막하다”고 말했다.

대학 내 일부 학생 단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단체생활 제한으로 활동을 하지 못한 탓에 참여와 관심이 시들해져 운영 중단된 단체들도 다수다. 대학 영어 동아리 회장인 한모씨는 “코로나 2년동안 동아리 주요 임원들은 다 졸업을 하고, 동아리 활동 한 번 못 해본 20, 21학번들이 떠맡듯이 임원진이 돼 시작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인문대학 학생회는 단과대 학생회를 구성할 지원자가 모이지 않아 계속된 기간연장과 수소문 끝에 겨우 학생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전과 많이 달라진 대학생활 속에서 다시 캠퍼스의 봄을 되찾기 위한 학생들의 움직임도 한창이다.

지역 내 대학들은 2학기 축제 계획에 돌입했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지난해 푸드트럭도 없고 인원 수 제한으로 진행됐던 대학 축제를 다시 신종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돌린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중단됐던 농촌봉사활동 재개와 카타르 월드컵 단체 관람 등 캠퍼스 추억을 쌓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도 준비된다.

정혜윤기자 hy040430@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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