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꾼 이선숙 (사진)명창이 울산 출신 기녀 심자란을 재조명하는 무대를 연다.
이선숙 판소리연구소는 오는 30일 오후 7시30분 울산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제17회 정기공연 ‘렉처 콘서트 자란전’을 마련한다.
이번 공연은 조선 후기 울산의 기생 심자란(沈紫鸞·1725~42)의 자취를 담고 있는 박민효의 <상체헌집>을 해석한 강의와 이에 맞는 공연으로 열린다.
이선숙 명창이 들려줄 자란은 문헌에 등장하는 울산 최초의 예인이다. 단아한 용모에 음악적 감각이 타고났다고 알려진 자란은 어려서 울산 부사 권상일(權相一)의 눈에 띄어 울산 병영교방에서 예기(藝技)를 익혔다. 이후 경상좌도 병영 우후 윤면일(尹勉一)의 총애를 받았으나, 애틋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부조리한 신분제도와 권력의 횡포에 저항하다 18세의 나이로 이름 없이 사라졌다.

이 명창은 심자란을 재조명하기 위해 울산박물관에서 <상체헌집>을 찾아, 직접 번역했다. 그동안 알려진 그녀의 삶이 왜곡되고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고 번역본도 완성했다.
첫 마당에서 자란이 병영교방에서 예악을 익히는 내용과 어울리는 태평가·뱃노래 등이, 이어 사랑에 빠진 자란을 사랑가로 표현했다. 셋째 마당에선 이별 당하는 자란을 이별가로, 넷째 마당에선 위기에 처한 자란을 배우 오만석·오다혜가 목소리로 들려준다. 마지막은 자기 뜻을 지키는 자란을 진혼무와 지전춤으로 담고, 자란을 기리기 위해 자란가를 부른다.
이선숙 명창은 “번역하면서 그녀의 삶이 왜곡되거나 많은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울산의 예인 자란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번역본을 만들고 렉처 콘서트를 준비했다”며 “예와 의를 몸과 마음으로 승화시킨 심자란을 통해 울산 문화 예술의 맥을 이어 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선숙 명창은 이날 공연과 함께 오는 7월18일 오전 11시 울산 동헌 잔디마당에서 ‘심자란 기일 기념 추모 공연’도 마련할 예정이다. 무료입장.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