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청소년기 발생
하지 정맥류는 잘 알려져 있다. 다리 쪽 정맥 기능에 이상이 생겨 다리로 내려간 혈액이 몸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다리가 붓거나 혈관이 늘어나 보이는 질환이다. 고환에 정맥에 장애가 생기면 하지 정맥류와 비슷하게 혈관이 늘어나 보이고, 고환 통증도 뒤따른다. 특히 고환의 혈액 순환에 문제가 발생해 심하면, 난임·불임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이다. 대개 청소년기 이후부터 남성의 10~15%에서 나타날 정도로 빈번하다.
제대로 된 치료가 없으면 불임과도 연관이 높아 1차성 불임의 30~35%, 2차성 불임의 70~8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대로 두었다가 고환 크기 저하, 통증, 정자 활동 이상 등을 유발할 수 있어 빠른 치료가 요구된다.
이런 정계 정맥류의 발생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정맥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고환으로 내려간 혈액이 몸으로 다시 돌아올 때 정맥 속에서 역류해 혈관이 늘어나게 된다. 선천적인 혈관의 이상이나 유전적인 요인도 있을 수도 있다. 대부분 청소년기에 발생하기에 성인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어 환경적인 요인은 제한적이다.
◇난임·불임 원인 될 수도
정계 정맥류가 나타나도 큰 증상이 없다. 하지만 증상이 발생하면 하지 정맥류와 비슷하게 늘어진 혈관이 눈으로 보일 수 있다. 주로 왼쪽에서 많이 발생하고, 오른쪽에서 관찰될 때는 보통 양측 모두에서 정계 정맥류가 생긴 것이다. 여기에 고환 통증도 나타난다. 통증은 혈액이 역류하면서 고환 온도를 올려 정자의 운동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음낭의 노폐물이 원활하게 배출되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환의 기능이 떨어지고, 크기도 줄어 난임·불임을 비롯해 생식기 부종이나 통증, 음낭 부종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증상은 정도에 따라 3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순간적으로 체내의 압력을 높이는 발살바 호흡법으로 복부에 힘을 준 상태에서 한쪽 정계 정맥류가 보이는 경우다. 가만히 서 있을 때 만져지거나 관찰되면 2단계로 진단한다. 누워 있을 때도 울퉁불퉁한 정맥류 증상이 보이면 빠르게 치료가 필요한 3단계 상태다.
최영훈 울산제일병원 비뇨기과 전문의는 “정계 정맥류 치료는 난임·불임 때문에 하는 경우가 많다. 임신이 잘 안되는 경우 남성의 정계 정맥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진단은 신체·초음파 검사로 한다. 고환 통증이나 눈으로 혈관이 늘어나 보인다면 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로 진단하고 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별한 예방법 없어
정계 정맥류는 환경적 요인보다 해부학적인 원인으로 발생하기에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발생 후에도 통증이 없거나, 정자 활동 저하 등 기능적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치료하지는 않는다.
다만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통증 조절을 위한 약물 치료를 시행한다. 만성적인 통증이 지속되거나 난임·불임이 있는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에 들어간다. 수술은 미세 혈관 절제술, 복강 내시경 수술, 혈관 색전술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현미경을 이용한 미세 혈관 절제술과 복강 내시경 수술은 치료 성공률이 90%로 높은 편이다. 특히 현미경을 사용한 미세 혈관 절제 수술은 원인이 되는 정맥을 모두 절제하고 동맥과 림프관은 최대한 보존할 수 있어 수술 후 합병증이 적고 수술 성공률도 가장 높다. 혈관 색전술은 재발한 정계 정맥류의 치료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 전문의는 “특별한 예방법도 없고, 발생하면 자연적으로 치유되지 않는 진행성 질환이기에 증상의 진행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며 “특히 가임기 남성에서 임신에 어려움이 있을 때 정액검사와 함께 정계 정맥류 검사를 해 보는 것이 불임의 원인 감별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전문의는 “정계 정맥류가 생겨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모른 채 생활하다 건강검진 도중 발견되어 뒤늦게 치료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선 조금이라도 불편한 느낌을 주는 고환 통증이 생겼을 때 바로 전문의에게 검진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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