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출이 있는 자영업자 332만명 중 12%인 최대 40만명의 채무를 조정하는 ‘새출발기금’이 10월 시행된다. 저신용자, 장·단기 연체자 등 취약차주에게 1인당 총 15억원 한도로 이자 감면, 장기 분할 상환, 원금 탕감 등을 지원한다. 60~90% 원금 탕감은 전체의 3%(약 11만명)인 ‘신용불량자’에게만 5억원 한도 안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자영업자·소상공인 전용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발표했다. 코로나로 재난지원금 등을 받은 이력이 있는 개인사업자와 법인 소상공인 중 빚을 갚기 힘든 취약차주가 대상이다. 정부는 애초 대상자를 25만명으로 예상했으나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어 최대 40만명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은행권과 제2금융권에서 진 빚은 물론 금융위에 등록된 일부 대부업체 대출도 채무조정이 가능하다. 담보대출·보증대출·신용대출을 모두 포함하며, 사업자대출 외 개인대출도 사업에 쓰였다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1인당 채무조정 가능 한도는 현재 신용회복위원회 제도와 같은 총 15억원으로, 각각 담보대출 10억원, 보증·신용대출 5억원 등이다.
채무조정 대상은 ‘부실우려차주’와 ‘부실차주’로 나뉜다. 부실우려차주는 90일 미만 단기 연체자와 연체가 없더라도 △신용평점 하위 △6개월 이상 휴·폐업자 △세금 체납 신용정보관리대상 등재 △정부 만기연장·상환유예 금융지원 이용 가운데 한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대상자다. 이들은 이자 감면과 10~20년 장기 분할 상환이 가능하다.

부실차주는 90일 이상 장기 연체가 된 신용불량자로, 60~90% 원금 탕감이 지원된다. 다만 재산을 초과하는 과잉 순부채(부채-재산)만 탕감이 가능하며, 무담보 신용대출만 대상이 되기 때문에 한도는 5억원 이내로 제한된다. 이에 부실차주임에도 원금 탕감 기준에 맞지 않으면 이자 면제와 장기 분할 상환만 지원된다.
다만 원리금 감면 등을 노린 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한 우려도 높고, 성실하게 대출금을 갚아온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울산에서 초밥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연체 안하려고 빚을 내서 빚을 갚고 있는 와중에 이런 지원제도가 발표됐다. 그동안 숨통 조여가며 빚을 갚아나가고 있는 우리 가족에겐 맥이 빠지는 소식”이라면서 “향후 세부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만약 이번 지원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한 번 개인회생한 경험이 있어 새출발기금 신청은 망설여진다. 대환·탕감도 좋지만, 당장 돈이 있어야 가게를 운영할 수 있다. 당장에 가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직접대출을 늘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