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태화강 생태계교란식물, 종별로 다르게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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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태화강 생태계교란식물, 종별로 다르게 관리한다
  • 경상일보
  • 승인 2020.01.1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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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 태화강국가정원안내센터장

태화강국가정원내 생태계교란식물 현황조사를 했다. 체계적 관리를 위해 뽑아 없앨 식물과 우리 식물을 심어 키워 수를 줄여 나가는 등 식물별 관리방법이 달라야 함을 확인했다.

지난 7월12일, 대한민국 제2호 태화강국가정원이 지정됐다. 같은 달 26일, 환경부는 환삼덩굴을 생태계교란식물로 추가했다. 식물만 15종이 됐다. 환삼덩굴이 교란식물로 추가되면서 국가정원 인근 생태계교란식물 분포 현황조사가 필요해졌다. 생태계교란식물 제거 관리에 대한 장기적 해답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주어진 셈이다.

이번 조사가 태화강 전역은 아니지만 국가정원 일원에 대한 분포 현황 지도화 조사는 처음이다. 조사는 지난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 진행됐다. 조사내용은 종 구분, 종별 분포형태, 개체 위치 파악이다. 신삼호교에서 울산교까지 양안(兩岸) 강물과 산책로가 만나는 수풀지대를 조사했다. 또 국가정원 내 샛강 양안도 포함시켰다. 조사면적만 대략 28여만㎡, 거리로는 13km가 조금 넘었다.

조사결과는 눈으로 봐도 가장 많이 보이는 ‘환삼덩굴’이 최대 개체, 최고 면적으로 확인됐다. 15만여 포기가 3만6000여㎡에 퍼져 있다. 총 450분포 지점 중 215개소 서식하고 있다. 왕성한 성장력은 주변 식물을 다 덮어 버렸으며 태풍이후 진흙 사이로 새순을 내고 꽃을 피울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그런데 환삼덩굴이 세력을 뻗치지 못하는 곳이 있었다. 갈대, 억새, 수크령, 고마리 등 고유 식물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곳들이다. 따라서 앞으로 관리는 뽑아내면서 고유 식물을 심고 키워서 환삼덩굴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리방안이라는 정답을 현장에서 찾았다.

환삼덩굴 다음은 단풍잎돼지풀이 차지했다. 꽃가루에 독성이 있다. 비염, 천식, 아토피피부염을 유발한다. 현재 태화강변 물가 쪽으로 흩어져 혹은 무더기로 자라고 있다. 대략 450지점 중 131지점 1600포기 정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세력을 뻗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꽃이 피기 전인 7월 이전에 2차례 정도 조사된 지점을 중심으로 물리적으로 뽑거나 낫으로 낮게 베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풍잎돼지풀과 함께 뽑아 관리해야 할 교란식물은 가시박이다. 450지점 중 30지점, 754포기 정도 있다. 지난 2008년 태화강 대나무와 나무들을 타고 올라가 못살게 덮었던 가시박은 적극적으로 제거되면서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그러다가 2016년 10월 차바 태풍 이후 삼호섬, 태화강변 축구장 앞, 삼호철새공원 앞, 태화루 등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꽃 피기 전, 손으로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 또 국가정원 상류와 하류쪽 둔치에 무더기로 퍼져 있는 가시박 제거도 함께 해야 효과가 있다.

가을 억새밭 사이 흰 꽃을 피우는 식물이 있다. 미국쑥부쟁이다. 꽃밭을 만들기 위해 들여왔지만 화단 밖으로 나가 겨울에도 잎을 내 추위를 견뎌낸다. 이른 봄 다른 식물이 싹 틔우기 전부터 자라면서 우리 식물들이 날 자리를 빼앗아 버린다. 이런 까닭으로 생태계교란식물이 된 듯하다. 태화강 국가정원 샛강 주변으로 1260 포기 정도 무더기로 꽃을 피운다. 물리적으로 뽑아 제거하기는 힘들 듯하다. 억새, 갈대, 수크령 등 고유 식물들에게 자리를 넓히게 하여 몰아내는 방법과 겨울에 뽑아 내 봄에 우리 식물들이 싹을 틔울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여유를 주도록 한다.

개체는 적지만 뿌리와 열매로 번식하는 도깨비가지에 대한 초기 대응도 필요하다. 4개 지점 100여 개체가 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거 관리를 하면서 분포면적, 개체 수 변화 모니터링이 이어져야 한다. 또 전체 태화강 생태계교란식물 관리방안도 준비돼야 한다. 생태계교란식물은 손으로 한 포기씩 뽑는 만큼 줄어든다. 당장 시간이라는 전투에서는 질 수 있어도 꾸준함이라는 전쟁에서 이겨 태화강에서 생태계교란식물이 볼 수 없을 그 날을 꿈꿔본다.

윤석 태화강국가정원안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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