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번째 소방의 날(9일)…울산 소방의 하루 따라가보니 “생명 구한 보람에 피로도 사라져”
상태바
60번째 소방의 날(9일)…울산 소방의 하루 따라가보니 “생명 구한 보람에 피로도 사라져”
  • 박재권 기자
  • 승인 2022.11.09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8일 울주소방서 언양 119 안전센터 소방대원들이 출동 지령에 따라 구조현장으로 달려나가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안녕하십니까 119 종합상황실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소방의 날(9일) 60주년을 하루 앞둔 8일, 울산 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신고 전화로 분주했다.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잇따라 걸려오는 신고 전화를 접수하는 ‘수보’ 요원들은 신고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위치가 어디인지, 어떤 상황인지 물으며 분주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했다.

울산 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은 총 33명의 요원이 3조 1교대로 근무 중이다. 이들이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처리한 신고 건수는 17만3931건, 일 평균 600건에 달한다. 다행히도 올해 걸려온 장난 전화 건수는 ‘0건’이다.

수보 요원들은 외국인의 신고 전화가 걸려올 경우를 대비해 외국인 통역 서비스인 BBB KOREA를 활용하고 관련 트레이닝도 받는다.

이들은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으로 GPS가 안 잡히거나 유심칩을 사용하지 않는 휴대전화로 위치 확인이 잘 되지 않을 때를 꼽았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오래된 휴대전화를 사용하다 보니 위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주취자로부터 폭언을 듣기도 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한 요원은 “신고자가 술에 취해 불만을 쏟아내다가 ‘너네가 그러니까 사람들을 못 구했지’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정말 참담했다”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질타를 받는 이들에게도 가슴 한켠에 간직되는 뿌듯한 순간들이 있다.

김호용 소방위는 지난 2015년 남구 부곡동 이수화학 울산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됐다는 신고를 접하자마자 국민안전처 소방 상황센터에 사고 내용을 즉시 보고하는 등 신속히 상황을 전파해 인명 피해를 막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공로로 국민안전처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김 소방위는 “시민들이 119 신고를 할 때 대략적인 위치와 누가, 어디가 아픈지만 설명을 해주셔도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고 당부했다.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119 안전센터 대원들 역시 애환을 갖고 있다.

공창용 언양 119 안전센터장은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과거 파래소 폭포 인근에서 등산객 한 분이 하산 도중 발목이 골절됐다. 즉시 출동해 현장에서 응급처치 후 2시간 동안 업고 내려와 병원으로 이송했다. 나중에 환자가 가족과 함께 찾아와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해 정말 뿌듯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임산부가 구급차에서 출산한 적이 있는데, 구급차에서 태어난 아이가 첫돌을 맞아 안전센터를 방문해 감사 인사와 함께 떡을 돌린 적이 있다”며 “그럴 때마다 내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3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시민이 구급 대원의 재빠른 대처로 회복했고 정상적으로 일상생활 중이라는 사연도 전했다.

반면 울주군에 위치한 몇몇 마을은 도로의 폭이 협소해 출동 시 소방차가 지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애를 태우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소방차가 좁은 논길을 지나다 바퀴가 빠져 전복된 적도 있다는 게 공 센터장의 설명이다. 신고자에게 폭행을 당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려 치료를 받은 동료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한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대한민국과 소방관은 과연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 안전 인력 확충 △소방관들의 마음을 치유할 방안 마련 △완전한 국가직으로 법과 제도를 개정 등을 촉구했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울산의 小공원 산책하기](6)도시바람길숲-새이골공원
  • 폭우에 단수까지…서울주 3만5천여가구 고통
  • 태화강 2년만에 홍수특보…반천에선 車 51대 침수
  • [정안태의 인생수업(4)]이혼숙려캠프, 관계의 민낯 비추는 거울
  • [송은숙 시인의 월요시담(詩談)]문성해 ‘한솥밥’
  • 양산 황산공원 해바라기 보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