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 인상과 물가 고공행진, 수출 부진 등의 압박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세 달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진 가운데 주택 가격에 대한 전망치는 또 다시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한국은행 울산본부가 22일 발표한 ‘2022년 11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울산지역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7.1로 전월 대비 0.4p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6월(99.5) 기준점(100) 이하로 내려온 뒤 7월 87.3까지 떨어졌다. 이후 8월 91.2까지 올랐지만 9월(90.7), 10월(88.8)에 이어 세 달 연속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 부진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 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경기판단, 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된다. 기준값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하는데 울산의 경우 6월 이후 6개월 연속 비관적 전망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위축돼 아파트 매매 가격이 연일 하락하면서 1년 뒤 집값을 내다보는 주택가격전망CSI는 61로 전월 대비 5p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9월 이후 3개월째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주택가격전망CSI는 기준치(100)보다 낮으면 향후 1년 뒤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아파트 매매가격의 하락 폭이 확대됐고 매수심리 위축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가계 재정 상황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었다. 6개월 전과 현재를 비교한 현재생활형편CSI은 83으로 9월 보다 소폭(2p) 상승했지만, 향후 6개월 뒤를 내다본 생활형편전망CSI은 79로 전월 대비 1p 하락했다.
가계수입전망CSI(91)과 소비지출전망CSI(103)도 전월 대비 각각 1p씩 하락했다.
현재경기판단CSI(49)도 전월 대비 1p 하락하며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고용지표의 흐름이 양호함에도 불구하고 취업기회전망CSI은 65로 전월 대비 4p 하락했다.
금리수준전망CSI은 149로 전월 대비 1p 떨어졌다.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하락을 예상한 사람보다 많으면 이 지수는 100을 웃돈다. 지수가 전월보다 소폭 떨어지긴 했으나, 금리 상승을 전망한 이들의 비중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150선을 넘나들며 고공행진하던 물가수준전망지수는 146으로 네 달 연속 하락했다. 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심리가 소폭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국 11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0월(4.3%)보다 0.1%p 낮은 4.2%로 집계됐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이후 8월(4.3%), 9월(4.2%), 10월(4.3%), 11월(4.2%) 등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공공요금·외식 등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석유류·농·축·수산물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기대 인플레가 소폭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꺾인 것도 심리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