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졸업이라 너무 아쉬워요”, 아프간 어린이들의 특별한 초등학교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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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졸업이라 너무 아쉬워요”, 아프간 어린이들의 특별한 초등학교 졸업식
  • 차형석 기자
  • 승인 2023.01.06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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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의 자녀 3명이 5일 서부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라키불라군, 워헤드군, 마라핫양(왼쪽부터)이 졸업장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탈레반 보복을 피해 한국에 입국 후 지난해 2월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 중 15명이 뜻깊은 졸업을 했다. 또 학교들마다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4년만에 대면졸업식을 가져 교정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5일 오전에 찾은 울산 동구 서부동 서부초등학교 체육관. 이 학교 제39회 졸업식이 열린 체육관은 6학년 졸업생들과 재학생, 교사, 학부모 등으로 모처럼 가득차며 곳곳에 웃음꽃이 피는 등 활기를 띠었다. 이 학교에서 대면졸업식이 열린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만이다.

졸업식에서 학교측은 1학년 입학부터 6학년 졸업할 때까지의 활동들을 담은 추억 영상 시청 등을 시작으로 졸업생 한 명, 한 명에게 졸업장을 수여했다. 학생들에게 졸업장을 수여할 때는 학생 개인 사진, 꿈, 좌우명을 함께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학교측은 학교에 오지 못한 학부모들을 위해 네이버밴드로 졸업식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등 대면과 비대면 혼용으로 졸업식을 진행했다.

특히 이날 졸업식에서는 지난해 울산 동구에 정착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 3명이 졸업을 해 큰 관심을 받았다. 이들 졸업생은 워헤드, 라키불라, 마라핫으로 한국 친구들과 자리에 앉아서 졸업식에 참여했고, 졸업장과 꽃다발을 받으며 1년간의 짧은 학교생활을 마무리 했다.

이 중 워헤드는 지난해 11월 교육부 등이 공동 주최한 ‘제10회 전국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에서 초등부 울산 대표로 참가해 은상(교육부장관상)을 받은 공로로 이날 공로상을 수상했다.

워헤드는 “친구들과 헤어지게 돼 아쉽지만 중학교에 가게 되어 설레요”라고 한국어로 소감을 밝혔다. 라키불라도 “선생님, 친구들과 멀어지게 돼 눈물이 나요”라고 했고, 마라핫은 “나중에 의사가 되어 아픈 사람을 치료해 주고 싶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 아프간 학생들의 한국어를 가르친 박지영 교사는 “아이들이 다른 문화에 잘 적응할지 처음에는 걱정도 됐었는데, 의외로 아이들이 금방 적응해서 친구들과 잘 지냈다”며 “무엇보다 아이들이 밝고 순수했고 열정이 넘쳤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이어 “졸업식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이제 선생님과 이별해야 한다고 말하니 아이들이 날마다 선생님과 헤어지기 싫어요. 다시 와주세요라고 할 때 가슴이 뭉클했다”고 심정을 전했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이들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 3명을 포함해 5개반 학생 총 129명이 졸업했다. 이로써 서부초에는 지난해 입학한 아프간 특별기여자 자녀 28명 중 특수학교인 메아리학교로 전학 간 2명과 졸업생 3명을 제외하고 올해 23명이 재학중이다.

또 아프간 학생들 중 명덕여중과 대송중에 다니는 중학생 5명도 이날 졸업을 했고, 고등학생 중 문현고 졸업생 4명은 지난해 12월15일, 화암고 졸업생 3명은 이달 3일에 각각 졸업을 했다. 고등학교 졸업생 7명은 울산과학대 글로벌비즈니스학과에 응시,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2명은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등에 취업이 확정됐다.

한편 아프간 특별기여자 157명(29가구)은 지난해 2월 울산 동구 현대중공업 옛 사택에 새 거처를 마련하고 울산에 정착했다. 당시 특별기여자 자녀 중 유치원생 16명, 초등학생 28명, 중·고교생 41명 등 85명이 인근 학교, 유치원으로 배정받았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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