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눈 빛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도전에 나서 연일 전국을 누비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김기현(남을)의원과 김두겸 울산시장 등 양측은 정치적·인간적으로 친한 관계를 이렇게 한마디로 대신한다. 김 의원과 김 시장은 지역에서 같은 보수당에 몸 담아오면서 정치적 고비마다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각종 선거에서 이긴적도 많지만 추락 이후 ‘절치부심’하는 등 ‘산전수전’을 다 겪다시피한 정치적 동지다. 하지만 위기속의 또 다른 유혹에서도 단 한번도 당을 떠난 적이 없는 ‘철저한 보수’정치인이다.
특히 김 의원과 김 시장은 같은 남구에서 4선 국회의원과 재선 남구청장 등을 걸어오면서 전현직 울산시장까지 매우 특수한 관계다.

그동안 각각 ‘다른길, 같은 길’을 오면서 지금의 윤석열 정부에선 ‘한몸’과도 같은 스탠스로 주목받고 있다. 민선8기 김두겸호 출범 직후부터 김의원은 원내대표 등의 정치적 무게를 통해 국회에서 전방위로 국비 확보를 지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김 의원은 정치적으로 명운을 건 당대표에 도전장을, 김 시장은 정치·행정적으로 울산에서 가장 큰 영향력의 중심부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캠프에서 대규모 출정식을 거행한 김 의원이 오는 15일 당소속 오세훈 서울시장과 막걸리 회동을 예고한 가운데 조만간 김 시장과의 회동을 예고하고 있다. ‘김기현·김두겸’과연 어떤 대화가 오갈까?
◇김기현-김두겸의 공개회동 배경
지역 정치인과 시장의 만남은 공개된 정책간담회 또는 중대형 정치행사외엔 사실상 비공개로 은밀히 만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 의원이 김 시장과의 회동을 공개적으로 예고한 것은 사실상 당심잡기를 위한 세몰이 성격이 강하다.
당대표 선출관련 룰이 100% 책임당원으로 치러지게 되면서 김 의원 입장에선 ‘울산당심=몰표’를 목표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까지 울산 책임당원은 2만5000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전국 78만 책임당원에서 최종적으로 84만명으로 늘어나면서 울산역시 3만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때문에 울산 6개 지역구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의 역향력과 별개로 김 시장의 파워는 현실적으로 매우 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김 시장은 당소속 현직 광역시장이라는 상징성 외에도 물밑 정치력 또한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6·1지방선거를 기점으로 1년전인 2021년 6월부터 6개 선거구를 상대로 무차별 책임당원 확보에 사활을 걸어온 연장선에서 지지세력 또한 확고하다는 분석이 많다. 김 의원이 울산시장과 4선 의원을 역임하는 등 정치적 중량감으로 김 시장과의 공개회동을 통해 정치적 시너지의 극대화에도 기대를 걸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시장 역시 지역 정치권의 좌장격인 김 의원을 측면 공개 지원함으로 정치적 ‘윈윈’ 성격도 있다. 만일 김 의원이 경쟁주자들을 제치고 당 대표로 등극하게 될 경우엔 ‘울산 = 정치1번지’로 부상하면서 김 시장이 추진하는 중대형 정책과 사업에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기현의 강공드라이브
김 의원의 당권캠프에 따르면 오는 15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막걸리 회동’을 비롯해 당소속 전국 시도지사를 잇달아 회동한다. 캠프 관계자는 “김 의원과 오 시장이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15일 오후 함께 막걸리를 마실 예정이다. 우리 당 단합과 가야할 방향, 수도권 현안 등에 대해 오 시장에게 자문을 구하는 자리“라고 했다.
김 의원은 또 김태흠 충남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박완수 경남도지사와도 만남을 위한 일정도 조율 중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충청권과 울산·부산·경남(PK)까지 ‘시도지사 연대’를 통해 최근 상승세인 지지율을 ‘대세론’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두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