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오전 울산 남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설날 대목을 맞아 시장에는 각종 제수용품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가족 단위로 시장을 찾은 시민들로 시장은 북새통을 이뤘지만 정작 시민들의 장바구니는 가벼워 보였다.
장을 보러 나온 A씨는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에서 물량을 많이 방출했다고 하는데 물가가 왜이렇게 비싼지 의문”이라며 “모든 제품의 물가가 지난 설날보다 5% 정도 오른거 같다”고 혀를 내찼다. B씨도 “돈이 돈 같지가 않다. 작년에는 제사상 장보는데 25만원이 들었는데 올해는 30만원 가까이 들었다”며 “물가가 너무 오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소량으로 포장된 제품을 샀다”고 토로했다.
설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속되는 물가 상승에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대목이 실종된 모습이다.
정부가 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물가 안정 대책을 마련했으나 여전히 물가가 높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대목을 맞이한 소상공인들의 표정도 어두웠다.
5일장을 맞은 태화시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대목에 5일장까지 겹쳐 태화시장 안은 인파로 가득했지만 비싼 물가에 표정이 어둡긴 마찬가지였다. 상인과 시민이 가격을 흥정하는 과정에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우도 자주 목격됐다.
신정동에 거주하는 C씨는 “올해는 특히 생선 가격이 많이 오른거 같다. 조기를 사는데만 4만원 이상 썼다”며 “아직 살게 많이 남았는데 큰일이다”고 한탄했다.
무거동에 거주하는 D씨는 “임금이 상승한 것도 아닌데 물가만 너무 빠르게 치솟는거 같다”며 “식용유, 참기름 등 기본적인 것들부터 모두 오르다보니 물가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원래 대목에는 가격이 평소보다 비싸다며 푸념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E씨는 “저희도 나름대로 가격을 싸게 내놓은건데 이마저도 비싸다고 깎아달라고 하는 손님이 대부분”이라며 “장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한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설을 앞두고 지난 2~3일 양일간 서울 25개구 내 90개 시장과 유통업체의 설 제수용품 25개 품목에 대한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기준 평균 구매 비용이 전년(28만3923원) 대비 3.7% 상승한 29만4338원으로 나타났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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