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울주군 범서읍 서사리에 위치한 울산들꽃학습원을 말할 때 노양주(70) 전 학성초등학교 교장을 빼놓을 수 없다. 노 전 교장은 폐교된 옛 척과초 서사분교를 지난 2001년 리모델링 해 들꽃학습원으로 만드는데 산파 역할을 한 장본인이다.
12일 들꽃학습원에서 만난 노 전 교장은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설레여 했다. 들꽃학습원은 매화와 목련, 복수초, 흰진달래 등 각종 봄꽃이 활짝 피어있다. 그는 이곳에 심겨져 있는 꽃과 나무에 대해 설명해주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들꽃학습원은 고 김지웅 울산시교육감 재임 시절, 울산에 학생들을 위한 인성교육의 장소와 체험공간을 만들고자 2000년께 추진됐다. 노 전 교장(당시 교감)이 총괄 책임자였다. 그는 초임교사 시절부터 학생들과 들판으로 나가 들꽃을 소재로 글쓰기를 하게 했고, 자필로 손수 학급 문집을 만들기도 했다. 이 같은 그의 들꽃 사랑이 2001년 폐교로 문을 닫아 방치됐던 서사분교를 들꽃학습원으로 재탄생시켰다.
노 전 교장은 “울산에는 당시 수목원이 없었고, 처음으로 이런 시설을 만들다 보니까 사례가 없어서 막막했다. 전국 각지의 수목원들을 찾아다니며 공부를 했다”며 “최초 제안된 장소는 두북분교였으나 접근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시내권과 가까운 서사분교를 낙점해 밀어부쳤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이듬해인 2001년 5월 서사분교 2만6000여㎡의 부지에 울산 첫 생태 체험학습장인 ‘울산들꽃학습원’이 탄생했다. 당시 이 곳에는 수목류 300여종과 초화류 230여종, 종·농작물류 70여종 등 600여종이 심겨졌다. 그는 개원 후 4년간 이곳의 책임자로 들꽃학습원이 자리를 잡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22년이 흐른 지금은 수령 80년 이상 된 왕벚나무, 버드나무 등 각종 노거수에 섬기린초, 꿩의밥, 물토란 등 생소한 야생화와 양지·수생식물까지 800여종에 이른다. 전국적인 명소로 자리매김 했다.
노 전 교장은 지난 2015년 교직에서 정년퇴임했다. 하지만 그는 퇴임 후에도 교장이라는 직함을 다시 갖게 됐다. 비영리법인인 ‘영남알프스학교’의 학교장이다. ‘영남알프스학교’에서는 등산을 비롯해 역사탐방, 들꽃 관찰, 시낭송, 별자리여행 등 다양한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퇴임 후 좋아하는 걷기와 등산에 푹 빠져 있다. 2015년 제주도에서 두 달간 살면서 올레길 완주를 시작으로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동해안 해파랑길을 23일에 걸쳐 걷는 데 성공했다. 또 서해안 종주, 지리산 둘레길 등을 전국 곳곳을 걸었다. 올해는 국토 종단길 걷기를 계획중이다. 산은 퇴임 후 전국의 1000개봉을 올랐다.
그는 “틈나는대로 농사도 짓고 재능기부도 하는 등 지금처럼 자연과 더불어 계속 살고 싶은 게 바람”이라고 밝혔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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